"벌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13-03-11 15:28:59, Hit : 2795

작성자 : 끄로마뇽
과다노출 5만원 등의 벌금 패키지 기사를 보고 아주 적절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자본주의 이해하기>라는 후마니타스의 대안정치학 교과서의 일부입니다.

“이스라엘의 하이파Haifa라는 곳에서, 보육원에 아이들을 맡긴 부모들이 늦게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보육 시설 여섯 군데를 무작위로 골라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온 부모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리고 비교를 위해 몇 개의 시설에는 아무런 변화를 두지 않았다. 벌금을 도입한 시설의 교사들은 상황이 개선되어 부모들이 시간에 맞추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벌금제를 도입한 시설에서 오히려 늦게 데리러 오는 횟수가 두배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뒤늦게 벌금을 없앤 후에도 늦게 찾으러 오는 부모의 수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교를 위해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은 시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이파 실험을 고안했던 경제학자들은 이 결과에 상당히 놀랐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금전적 이득을 추구하며 손실을 피하려 한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벌금은 부모들에게 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했어야 한다. 그러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실험 전에는 늦게 찾으러 오는 행동이 도덕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생각되었지만, 벌금이 부과되자 이런 행동이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찾으러 가는 것과 늦어서 벌금을 내는 것 사이의 선택의 문제로 간주된 것이다. 새로운 제도하에서는 많은 부모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의 고안자들은 결과 보고서에 “벌금은 가격이다”(A Fine Is a Price)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들이 발견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모들에게 보육 시설 교사들과의 관계가 시장과 같은 관계(예컨대 아이를 늦게 찾으러 갈 수 있는 권리를 부모들이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선택)임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단 벌금제가 도입되고 나면 벌금제를 폐기해도 그 이전 상태로 돌이킬 수 없으며, 벌금의 폐기는 늦게 찾으러 가는 것에 대한 가격을 0원으로 낮추는 것과 같다.”


박상훈
와우. 멋진 비유를 찾았군. 2013-03-11
15: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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