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씩만 불빛에 언뜻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인간적인 호소들

2014-05-30 10:02:25, Hit : 2644

작성자 : 장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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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의 슬픔과 기쁨』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했던 부분, 처음부터 쭉 읽어가다보면 특히 왜 이 부분에서 큰 울림을 느꼈는지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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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여섯 명을 인터뷰했지만 이 글을 마친 지금 더 많은 사람이 궁금하다.

모터쇼 차량을 정비할 때 정비소를 빌려 준 사장님은 왜 그랬을까? 그날 다른 차는 정비를 하지 않았을까? 그는 영업 손실을 감수했을까? H-20000 모터쇼 프로젝트를 위해 후원금을 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대한문 분향소에 있던 노동자들을 위해서 집 밥을 해서 나른 사람들은? 대한문 앞에서 같이 잠을 잔 사람들은?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비를 같이 맞은 사람들은? 대한문 분향소에 꽃을 꽂아 둔 사람들은?

설날 철탑 밑에 따뜻한 음식을 두고 간 사람은 그 음식을 쌀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식지 않게 하려고 안고 왔을까 송전탑에 가려고 일부러 코스를 바꿨을까?
복기성을 찾아온 예산 사람들은 미리 모여 장단 연습을 했을까? ‘평소에 복기성이 좋아하던 곡은 뭐였지?’ 하며 기억을 떠올려 보려 했을까? 가는 버스 안에선 자꾸만 철탑 쪽을 뒤돌아보기도 했을까? 철탑 밑에서는 왜 울었을까?

오석천의 딸을 늦도록 봐주던 형수님은 왜 그랬을까?
서맹섭의 딸을 가르치던 선생님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말을 꺼내기 전에 몇 번이고 망설였을까? 자꾸만 아이에게 눈길이 갔을까?

김밥을 사 먹는, 쌍용차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은 김밥을 사려고 지갑을 열 때 무슨 생각을 할까? 반가웠을까? 어색했을까? 김밥을 먹을 때 목이 메기도 했을까? 김밥은 맛이 있었을까? 맛이 없어도 참고 먹었을까?

노란 봉투에 4만 7천 원을 넣은 2만 명 넘는 사람들은?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여유 있는 돈이었을까? 아니면 따로 저금통에 한 푼 두푼 모았을까? 무엇에 동참하고 싶었을까? 무엇이 마음을 움직였을까? 무엇을 믿었을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퇴근 무렵 길게 늘어선, 집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행렬의 불빛들. 그리고 그 뒤 어둠 속에 있는 피로한 얼굴들. 그 얼굴들의 복잡한 의미들. 아주 가끔씩만 불빛에 언뜻 드러났다가 사라지는 인간적인 호소들이 궁금하다.

_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 에필로그 중에서

_사진 : 정택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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