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던 월린이 본 여론조사

2012-12-06 15:08:03, Hit : 2887

작성자 : 펀짱
셸던 월린의 {민주주의 주식회사}Democracy incorporated(가제, 우석영 옮김) 2교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전도된 전체주의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말하자면 기업을 통치하듯, 민주주의가 운영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현실에 대한 노 학자의 정치철학적 분석이라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울고 웃는, 오직 여론조사만이 지배하는 한국의 대선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글귀가 눈에 띄어 올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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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시민의 역할은 어떻게 재규정되고 있나? 그 과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거의 냉전 초기 단계에서부터, 통치 권력의 기반이자 정치 참여자로 여겨졌던 시민을 대체해 온 것은 바로 ‘유권자’, 즉 오직 선거 시기에만 정치적 삶을 얻는 투표자다. 선거와 선거 사이의 휴지기 동안, 시민들은 오직 가상적인 참여만이 가능한 ‘허울뿐인-시민권’shadow-citizenship을 가질 뿐이다. 권력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 ‘가상 시민’은 ‘의견들’을 갖도록 격려된다. 여기에서 의견들이란 곧 그런 식의 반응이 나오도록 미리 짜여진 질문들에 대해 답해지는, 예측 가능한 반응들이다.

나치식 대중 여론 조사 방법과, 오늘날의 여론 조사원에 의한 조사 방법 사이에는 의미심장한 차이점이 있다. 나치스의 일차적 관심은 어떤 ‘대중’[쉽게 조작 가능한 덩어리] 의견을, 아무 특징이나 뉘앙스도 없는 시민들의 획일적 의견을 만들어 내는 데 있었다. 그리하여 나타난 것이 바로 ‘예’, ‘아니오’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는 경직된 형태의 국민 총투표다. 반면 미국식 방법은 우선 시민들을 특정 범주로, 이를테면 ‘20세에서 35세 사이의 시민’, ‘40세 이상의 백인 남성’, ‘여성 대학 졸업자’와 같은 특정 범주로 쪼갬으로써 선거를 준비한다. 그리하여 잠재적 유권자 집단은 소규모의 하위 집단들로 나누어지고, 후보자들은 특정 범주 집단의 ‘가치’, 선입견, 습성에 맞추어 제작된 메시지를 통해 그 하위 집단들을 ‘목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민들을 [서로] 분리시키는 요소는 강조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심어지며, 따라서 공통의 신념을 지닌 응집된 다수가 형성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이들을 탈동원화한다.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정교화된 범주에 대중을 몰아 놓고 그들을 주사위 놀이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그 범주 내 성원들을 더욱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포커스 집단’으로 값싸게 재탄생되며, 그들이 내린 결론은 정치 현실이라고 알려지게 된다. 응답자들로서는 자신의 의견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전혀 없게 된다. 한갓 의견 제시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만무한 것이다.



* 참고로, 레이몬드 윌리엄스가 쓴 {키워드}(김성기, 유리 옮김, 민음사, 2010)라는 책을 보면, 대중mass라는 단어에 대한 기원이 나오는데요, 윌리엄스에 따르면 mass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masse, 라틴어 massa에서 유래하는 단어로, 쉽게 주형되거나 주조될 수 있는 물질 덩어리(예컨대, 밀가루 반죽과 같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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