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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독일의 사회정책과 복지국가
: 통일 20년, 독일인 살림살이
들여다보기』 _ 황규성 지음
1989년 가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3일
통일 조약이 발효되면서 독일은 공식적으로 통일되었다. 하지만 통일이 선사한 흥분은 짧았다. 국가로서 서독과 동독이라는 말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각종 통계 지표는 두 지역을 구분해 조사된다. 분단이 끝났다고 선언한 자리에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사회?경제적 격차가 남았다. 정치 공동체
대표들의 선언만이 아니라, “해당 공동체가 서로 합의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자 운동”으로 통일을 인식한다면, 이제 독일 통일 2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애초의 목표는 무엇이었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은 어땠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독일, 특히 ‘복지국가’
독일의 통일 (이후) 과정을 살핀다. 당시 서구 복지국가 일반이 직면한 변화 압력에 더해 통일이라는 요인에 대처해야 했던 독일은 ‘사회국가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독일통일에 대한 한국에서의 논의들이, 정치적 통합이나 (통일 비용론과 같은) 경제적 감당 능력, 민족적 과제 등의 측면에
치우쳐 정작 통일 이후 독일인들의 구체적인 생활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고 보는 저자는, ‘누구를 위한 통일인가’라는 고전적 문제 제기에
머무르지 않고 ‘독일인의 살림살이’에 주목한다. 여러 사회정책 중에서도 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소득 보장과 관련성이 높은 노동정책(노동시장
정책과 단체협약 정책) 및 복지 정책(연금 정책)을 다루면서 독일의 복지국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명했다.
정책이 크게 변화한
시점을 기준으로 몇 개의 시기가 구분된다.
① 통일 독일의 사회?경제체제에 대해 ‘사회적 시장경제의 확대 적용’이라는 통일 합의가
형성된 1989년 가을부터 독일이 통일된 1990년 가을, ② 서독에서 동독으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개별 정책 영역에서 통일 합의를 실현한
통일 이후부터 1994년 중반, ③ 산업입지로서 독일의 경쟁력 약화를 문제 삼으며 반대자(사민당)와의 합의 없이 입법 권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정책이 변화한 1994년부터 1999년 상반기, ④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정이 독일의 사회ㆍ경제체제 전반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1999년
하반기부터 2005년, ⑤ 사회정책이 조정 국면을 맞이한 2005년부터 지금까지다. 공통적으로, 각 시기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행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서술된다.
노동시장 정책과 연금 정책 영역에서는 연방의회에 제출된 법률안과 의사 회의록을
중심으로, 단체협약 정책 영역에서는 노동조합(노동)과 사용자단체(자본)의 성명서나 입장 발표, 언론 보도 등을 중심으로 담론을 분석했다.
권력관계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인 의회의 의석 배분 상태와 노동과 자본의 조직률, 그 밖에 다양한 통계자료도 이해를 돕는다.
현재
독일에서는 전통적인 복지국가 모델의 적용을 받는 핵심 집단과 주변화된 집단의 간극이 크다. 동?서독 지역 간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복지국가가
지역적으로 분단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제도가 적용되던 영역이 축소되면서 그 빈자리를 자유주의적 논리가 차지해 보수적 복지국가와
자유주의적 복지국가가 병존한다. 하지만 동시에 ‘복지국가’와 ‘사회국가’라는 말은 여전히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한국에서는 일자리 없는 성장
속에서 사회 안전망의 도움을 크게 기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자 ‘사회적인 것’에 대한 논의가 싹트고 있다. 이
책은 ‘어떤’ 복지국가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물론, 균등한 사회ㆍ경제적 기반과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의 통일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목차]
1장 서론
2장 통일 이전 동서독 사회정책
3장
통일 독일의 사회정책에 합의하다(1989~90년)
4장 서독 사회정책이 동독으로 건너가다(1990~94년)
5장 사회정책이 산업입지
담론에 휩싸이다(1994~99년)
6장 사회ㆍ경제체제 혁신 담론이 사회정책을 바꾸다(1999~2005년)
7장 사회정책이 조정 국면을
맞이하다(2005~09년)
8장 통일 이후 사회정책과 복지국가, 이렇게 바뀌었다
9장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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