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이해하기 7> 수면병: “그건 사실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봐야지요”

2009-02-20 23:28:55, Hit : 5219

작성자 : 끄로마뇽
<자본주의 이해하기>에 나오는 상자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글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매년 25만 명이 수면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이들은 약을 살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약으로 양산되지 않으며, 그나마 비싼 가격으로 소량 생산되고 있는 이유는, 이 약에 들어가는 성분이 유럽 등지에서 팔리는 여성의 얼굴 털 제거제에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참 웃지 못할 일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곧 출간될 <권력의 병리학>이라는 책에 정말이지 짠~하게 등장합니다. 책 한 권이 읽는 사람에게 어떤 울림을 준다고 한다면 이런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이> 추천사를 썼는데, 추천사라고 하기에는 꽤 충실하고 감동적이더군요... 앗, <자본주의 이해하기>에서 <권력의 병리학>으로 이야기가 샜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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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병:“그건 사실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봐야지요”


수면병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병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이 질병은 뇌에 심각한 손상을 주기 때문에 정신이상을 유발하고, 급기야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수면병은 체체파리에 의해 감염되는데, 매년 25만 명 이상이 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다. ‘에포르니타인’(efornithine)이라는 치료약이 개발되었는데, 이 약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의식불명인 환자도 깨어날 수 있게 할 정도라고 한다. 너무 감사한 나머지 아프리카인들은 이 약을 가리켜 ‘부활의 명약’이라고 부르곤 했다.

환상적인 뉴스라고 생각하는가? 현대 의학의 승리라고 생각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1990년대부터 에포르니타인이 수면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약은 양산되지 못했다. 이 약이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초반에 관심을 끌었지만, 암에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져 버렸다. 오직 가난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뭔가를 위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들은 구매력이 없고, 따라서 이 시장에서는 이윤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약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사에서 만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에포르니타인이 여성의 얼굴 털을 제거해 주는 바니카(Vaniqa)라는 크림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비로소 시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사는 최근 여성잡지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6면에 걸쳐 바니카를 광고하면서 이런 문장을 넣었다. “사랑하는 그이와 얼굴을 맞댈 수 없는 이유가 (그의 수염이 아니라) 당신의 수염 때문이라면, 이제 당신의 얼굴에 아름다움을 가져다줄 때가 된 것입니다.” 여성의 얼굴털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필요한 두 달치 바니카의 가격은 아프리카에서 수면병을 앓아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죽을 위험에 있는 사람 한 명을 살릴 만큼 에포르타인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사는 지금 국제보건기구(WHO)나 국경없는의사회(Doctors Without orders)와 함께 수면병 치료를 위해 에포르타인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바니카를 바른다고 수면병이 낫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이 회사 대변인 로버트 레이버티(Robert Laverty)는 광고 마지막 줄에서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이를 위한 자금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수면병을 정복할 가능성은, 부유한 나라에서 얼굴에 난 솜털 몇 개 제거하는 데 쓰이는 크림이 얼마나 잘 팔리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후진국과 중진국에서 매년 3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말라리아나 홍역‧파상풍‧이질로 죽는다. 그러나 이들 질병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전 세계 의약품 가운데 1%만이 아프리카에서 소비된다. 아프리카는 제약 산업에서 수익성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코네티컷 주의 주민들이 의료보험에 지출하는 총금액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못사는 38개 나라 국민들의 총 지출액보다 크다. 제약 산업의 수익성 있는 시장은 아프리카 말고 다른 곳에 널려 있는 셈이다. 세계 약품 판매의 4분의 3이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만이 살고 있는 미국‧유럽‧일본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지역들은 하나같이 질병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다. 전 세계 의학 연구의 절반 정도가 기업에서 이루어지는데, 저개발국 국민이 고통받는 질병에 대한 연구는 5%에 불과하다. 1975년에서 1997년 사이 세계적으로 1,233종의 약품이 승인을 받았는데, 이 중 열대지방의 질병 치료약은 13개뿐이었다.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매주 금요일 <지금은>이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빌 모이어(Bill Moyer)가 하루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를 초대 손님으로 맞아 대담한 적이 있었다. 빌 모이어는 “매년 1천100만 명의 아이들이 치료약을 구하지 못해 죽어 가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백만 명의 갓난아이들이 태어난 지 1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죽고, 이렇게 죽는 아기들의 98%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러한 사실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옵니까?” 등등의 질문을 빌 게이츠에게 퍼부었다. 빌 게이츠의 대답은 이랬다. “그건 사실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봐야지요. 아시다시피 자본주의는 위대한 체제입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아직도 이렇게 질병으로 고통 받는 지역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를 낙담시키곤 하지요.” 빌 모이어가 되물었다. “시장이란 재화와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도록 되어 있지 않나요?” 빌 게이츠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면야 시장이 그들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전달해 주겠지요.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돈 많은 사람들은 그런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들 눈에는 이러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만일 세상이 제대로 잘 섞여 있어 이웃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창문을 내다보고 ‘저기 애 엄마가 있는데 아이가 죽어 가요. 저 애를 살리도록 도움을 줍시다’라고 말하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거든요.” 실제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아프리카 지역의 질병 치료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출처: Michael Kremer, “Pharmaceuticals and the Developing World,”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fall 2002, pp. 67-90: Donald McNeil, “Cosmetic Saves a Cure for Sleeping Sickness,” New York Times, February 9, 2001, p. A1: Now with Bill Moyers, PBS, May 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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