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질랜드에서 온 편지

2010-09-18 11:45:07, Hit : 4693

작성자 : 끄로마뇽
이 글은, 현재 스와질랜드로 의료 지원을 떠나 있는, 그리고 <숙주를 여행하는 기생충을 위한 안내서>(가제)를 집필 중인 정준호 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집필 중인 책에 대한 안내 글인 동시에, 기생충이라는 주제에 대한 본인의 문제의식이기도 합니다.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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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를 여행하는 기생충을 위한 안내서




겁 내지 마세요!


이 책은 되도록이면 친절한 안내문구와 함께 시작하고 싶었다. 내가 기생충에 대해 느끼는 사랑을 충분히 전달하려면 일단 기생충에 덮어 씌워진 많은 오해들을 풀어나가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생충을 사랑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기생충이라 하면 미지와 공포의 생명체라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심어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기생충은 수 많은 기회를 제공해준 놀라운 생물들이었다. 지금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산골 마을의 클리닉에서 빗방울이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모두 기생충 덕분이다.


기생충학이라는 학문은 사람들과 친숙한 학문인 동시에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처럼 느껴지는 학문이다. 친숙한 면을 보자면 여전히 사람들은 매년 가을이 되면 구충제를 사먹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면 '뱃 속에 회충이 들었나 보다'는 농담을 흔히 들을 수 있다. 반면 이제는 이런 이야기가 농담이 되어버린, 우리와 멀리 동떨어져 80년대 채변봉투의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것이 기생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기생충의 전부일까?


대학교 1학년, 나는 생화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당시 전공과는 크게 상관없는 동물분류학 수업에서 기생충이라는 기이하고도 두렵지만 매력적인 생물을 접한 이후, 나는 기생충에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교묘하게 지구상 생물들의 행동과 진화, 그리고 생사를 결정짓는 생물의 정체는 대체 뭘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후 기생충을 공부하면 할수록,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더욱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다보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생겼다. 기생충에 대한 연구는 단순히 학문적인 관심에서 그쳐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내 석사 논문 주제는 수면병에 관한 것이었다. 수면병을 일으키는 파동편모충이 어떻게 단백질 외피를 갈아 입으며 숙주의 면역계를 회피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전을 유전자 단계에서 알아보는 연구였다. 하지만 연구가 끝날때 까지도 이 연구가 어떻게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과연 내 연구가 기생충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연구를 위한 연구였던 것인지 지금도 자신있게 답할 수 없다. 이러한 고민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기생충학자들도 품고 있는 의문이다. 이런 기초연구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되지만, 여기서 성과를 내는 것은 정말 한 줌에 불과하다. 이 돈이 실제 현장에 투자되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사용되었다면 미래에 이 기초연구를 바탕으로한 결과물로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나는 실험실을 떠나 실제 기생충이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를 보고자 아프리카에 오게 되었다. 스와질랜드에 와서 본 기생충은 단순히 책과 논문으로만 접하던 기생충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책 속의 기생충은 아프리카에 오기 전까지는 그저 재미있는 하나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현실에 사람이라는 맥락으로 바라본 기생충은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 만으로 접근할 대상은 아니었다. 여전히 세상은 기생충으로 가득차있다. 말라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손쉬운 치료제가 존재하는 회충도 전세계 10억 인구 이상을 감염시키고 있다. 현재 장내기생충에 감염된 인구는 약 30억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구 인구 절반 이상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회충, 편충, 구충 같은 장내기생충을 포함해 제3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열네가지 감염성 질환을 소외열대질환이라고 부른다. 이 소외열대질환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빈곤한 계층, 정치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낮은 계층을 상대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이 소외열대질환은 다른 어떤 질병들 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연구나 지원은 커녕 질병의 이름조차 생소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제 기생충 질환은 빈곤과 소외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클리닉에서 대변에 기생충이 꿈틀거린다며 휴지에 회충을 고이 싸오는 아이들, 기생충 질환으로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와서 지금까지 연구자로서, 지식생산자로서 얼마나 그 생산된 지식을 현실에 전달하고 적용시키는데 고민을 해 왔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안락한 연구실 안에서의 연구가 얼마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해보았는가, 사람을 위한 연구가 아닌 연구를 위한 연구만 했던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였다. 그리고 아직 배움이 부족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소외 받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생충은 <엑스 파일> 같은 SF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떤 괴상한 생명체들이 아니다. 독특하지만 매혹적인 모습으로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향해 손 내밀고 있는 생물들이 바로 기생충이다. 하지만 기생충과 그에 감염된 사람들은 현실에서 가장 소외 받는 존재들이다. 이 책은 기생충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기생충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그 관심이 소외열대질환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가 더 이상 '소외'받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기생충 이야기를 하면서 반농담, 반진담으로 다시 한번 '기생충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기생충이 다시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것 보다는 기생충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환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단순히 기생충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던 공부는 소외열대질환으로의 관심으로 옮겨갔고, 소외열대질환에 대한 관심은 제3세계와 빈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옮겨갈 수 있었다. 기생충과의 만남으로 세상을 보는 나의 눈도 달라질 수 있었던 셈이다. 기생충이 있었기에 나는 성장할 수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소외 받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기생충학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이 그렇듯, 결국은 사람을 향해 닿을 수 있어야 진정한 학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기생충에 대한 관심에 그치지 않고 소외 받는 사람들, 생물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2010년 9월, 스와질랜드 까풍아 클리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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