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워 소개

2009-05-13 17:55:23, Hit : 5090

작성자 : 박상훈

마크 마조어
이 책의 저자 마크 마조어는 1988년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한 영국 출신 역사학자로 런던대 Birkbeck College와 에섹스대 역사학과, 프린스톤대 국제정치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미국 콜롬비아대 역사학과 교수로 있다.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문화적으로 늘 이방인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그는 발칸 지역 연구를 통해 역사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1993년 출간된 Inside Hitler's Greece: The Experience of Occupation, 1941–44으로 해롤드 롱먼 역사학상 Harold Longman Award과 프랭켈 현대 역사상Fraenkel Prize in Contemporary History을 수상했고 2002년 나온 The Balkans: A Short History로 울프손 역사학 상 Wolfson History Prize을 수상했으며,
Salonica, City of Ghosts: Christians, Muslims and Jews 1430-1950으로 런시먼상 Runciman Prize과 두프 코너상을 Duff Cooper Prize수상했고 헤셀-틸만 상 후보로 뽑혔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의 주변부라 할 수 있는 이 지역으로부터 유럽 현대사를 조망하는 관점을 통해 기존의 유럽 현대사 해석에 도전해왔고 매우 독창적인 주장을 발전시켰다. 이 책 [암흑의 대륙]은 그 대표작으로 이때부터 그는 에릭 홉스봄과 닐 퍼거슨과 함께 현대 유럽사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유럽의 20세기 역사가 민주주의, 진보 그리고 자유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보는 기존의 전통적 해석과 확실히 단절하고 있다. 오히려 정반대로 유럽의 20세기 전반부는 폭력과 뿌리 깊은 증오와 잔혹함에 의해 압도되었으며, 따라서 암흑과 같은 대륙은 아프리카나 어디 제3세계가 아니라 바로 유럽이었다는 것이다. 1차세계대전 이후 긴 전간기 동안 유럽은 민족국가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나 자유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확실히 실패했다는 것, 실제로 당시 대부분의 유럽인들을 압도했던 대안은 파시즘과 공산주의였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 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파시즘 운동이 강력했고 나아가 유럽 전반에 걸쳐 가장 대중적인 발전모델로 추종되었음을 실증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이로써 파시즘을 미친 선동가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독일과 이탈리아의 문제로 국한하려했던 기존의 주류적 해석과 파시즘을 자본주의의 억압적 정치형태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하려 했던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은 모두 비판된다.
파시즘의 몰락은 필연적이었을까? 2차대전 이후 유럽을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승리로 정의할 수 있을까? 마조어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유럽 민주주의의 기반은 취약하기 그지없었으며 기본적으로 파시즘의 붕괴는 민주주의 도전이 강해서가 아니라 전쟁으로 치닫게 만든 파시즘 내부의 한계와 미국의 개입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자본주의의 승리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고, 실제 전후 유럽의 복지국가와 지역통합 등은 파시즘이 남긴 영향이기도 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결국 오늘의 유럽은 무엇인가? 전후 유럽이 누린 경제발전과 안정된 민주주의 긴 평화, 복지국가, 국가 간 협력 등은 유럽 주변부와 유럽 밖의 희생과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유럽은 그 혜택을 이들과 공유하는 데 인색했고 냉전 해체 이후 동유럽의 비극을 방관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유럽은 동유럽의 평화질서를 구축하는 데 기꺼이 비용을 감수하고자 해야 하며 그간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 저임금을 제공했던 국내 이주민들을 적극적으로 통합해야 하고, 그렇지 않는 한 유럽의 정치경제적 진보는 언제든 퇴락할 수 있고 민주주의는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