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조현연 박사

2009-12-08 11:25:29, Hit : 5019

작성자 : 관리자

박상훈(이하 박): 연구자로서 왜 진보 정당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졌는가?

조현연(이하 조): 91년 5월을 겪으면서, 그리고 그 이후 이러저러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거리에서의 운동은 내가 생각하는 대안이 아닌 것 같다는, 세상을 변화시킨다거나 바꾸는 데 있어 이제 거리에서의 움직임으로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어렴풋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6~97년도에 박사논문을 쓰기로 결심하고 함께 살아왔던 80년대를 정리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진보적 정당을 만드는 문제에 좀 더 주목하게 되었다. 96, 97년 총파업 직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서 대해 훨씬 적극적인 태도가 나왔고, 학계에서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민승리21 대선공약 개발단에 결합해 간사 역할을 하면서 정당 활동을 하게 됐다.

: 운동의 경험과 정당의 경험을 통해 정치학자로서도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면?

: 사실 정치학을 하는 연구자로서 그때까지만 해도 정당에 그렇게까지 주목하지는 못했다. 운동을 통해서 본 정당? 그 정도였다. 연구자로서의 관심보다는 실천적인 문제의식이 더 많았다. 91년 5월도 그랬고, 96, 97 총파업 때도 그랬다. 운동의 에너지는 간헐적이라도 터지는데, 뭔가 끝맺음이 안 되는 지점들이랄까. 그때 합법 공간을 좀 더 주목하게 되었다. 진보라는 이름 아래 좋은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운동의 에너지가 사회의 요구들을 모아 민주 정치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보았다.

: 이 책에서는 진보정당의 역사적 기원을 어디로 보는가?

: 1980년대 5월 광주 이후, 즉 민주화 운동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삼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의 기원은 해방 직후에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도 그때부터 따져야 한다. 진보정당사도 한국 정치의 한 부분인 한 해방 직후부터 맞이했던 도전이나 좌절의 흐름과 과정을 알아야 한다. 젊은 당원들도 전사에 대해 알아야 하며, 역사성을 보지 못하고 취향으로만 진보정치에 대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 이 책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 내 개인의 경험을 떠나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지적 자극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빚 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학교에 남아서 시간을 반분하니, 당 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친구들에게 부채 의식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책에 녹여 내고 싶었다. 결론 쓸 때쯤 특히 많이 힘들었다. 정파 문제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정파의 문제를 다 알았으면서 리더십이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고, 이렇게까지 분당이라는 고통과 상처를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 그런 서로간의 상처와 아픔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책에서는 정파문제에 대한 나 자신의 입장을 솔직히 드러내고자 했다.

: 그렇다면 이 책은 특정 정파에 비판적이며, 일정한 정파적 자기 입장을 갖고 분석한 것이라고 봐도 좋을까?

: 특정 정파라 하더라도 자주파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즉 자주파 내부의 헤게모니 그룹에 비판적인 것이다. 그리고 정파 자체가 나쁘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정파 간의 긴장과 갈등은 당연히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적 원리에 의해 정파가 상승 작용을 하고 순기능을 할 수 있느냐다. 그러나 실제 있었던 일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면서 세상을 바꾸기보다 내부의 작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그와 같은 정파적 구조에서 에너지가 계속 소모되고 있었고, 그렇게 가다가는 진보 정치의 동력이 바닥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모적 정파 경쟁 구도랄까. 이게 민주노동당 초기에 당의 발전을 질곡하는 중대한 원인이었고, 그것이 도저히 그 안에서 해소될 수 없었을 때 분당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는 좋은 측면도 있고 좋지 않은 측면도 있다. 좋은 측면은 과도한 정파 경쟁의 폐해가 민주노동당 안에서도 진보신당 안에서도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파란 어느 조직에서든 있을 수 있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원이 있는데 그것이 약해져 재생산의 기초도 약해지고 전체적으로 진보 정치의 활력이 떨어졌다.

: 탈당한 2만 여 명 중에서 7천 명 정도가 진보신당에 합류했다. 3분의 2가 이탈한 것이다. 그렇다면 분당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 진보신당을 창당할 때 10년을 내다보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는데 이제 2년이 조금 안됐다. 물론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이런 결과 가져오려고 탈당했는가라고 공세를 가한다. 그 지적에 일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있고, 대중적 에너지가 유실된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그것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축으로 본다면 분당과 탈당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탈당 이후 6개월간 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분당되고 나서 양쪽 다 힘들어졌다. 개척자 정신으로 하고 있다. 힘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의 공간은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발간과 관련해 소회가 있다면?

: 민주노동당의 분당을 정리하는 부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물론 책에서는 내가 판단하는, 진보 정치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썼다. 하지만 그것이 당원들이든 진보 정치의 발전을 바라는 다수의 독자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하고 또는 편협해 보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으나 책은 책대로 그 의미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내 판단을 가감 없이 말했다. 그러나 오늘의 진보 정치에 대한 정치적 책임감은 이 책과 무관하게 크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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