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가 말하는 <거부권 행사자>의 의미

2009-09-22 14:53:47, Hit : 5834

작성자 : 끄로마뇽
조지 쩨벨리스 교수의 <거부권 행사자(Veto Players> 출간을 앞두고, 보도자료 작성에 도움을 받고자 이 책의 번역자인 문우진 교수에게 이 책의 의미에 대한 글을 부탁했고, 다음과 같은 글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번역본으로 5백 쪽에 달하며, 한국어로 자리잡히지 않은 개념어를 한국어로 옮겨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상당한 '사명감'이랄까 '열정'이랄까 그런 것이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보도자료 작성을 위한 글이지만, 이 책을 기다리거나 관심을 갖고 계신 독자분들은 미리 만나보시라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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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쩨벨리스는 2002년에 출판된 <거부권 행사자>에서 거부권 행사자들의 수와 이들의 입장 차이로 다양한 정치제도들과 정책 결과를 설명하고 정치체제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다른 제도 이론에서 발견할 수 없는 이 책의 차별성은 쩨벨리스 교수가 거부권 행사자라는 하나의 일반 이론을 기초로 분석적으로 엄밀한 이론들을 제시하고, 이 전에는 연결되지 않았던 다양한 정치현상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거부권 행사자󰡕는 정책 결과의 복잡한 산출 과정을 이해하고 싶거나 정치제도 전반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에게 정치의 작동 원리를 밝혀주는 중요한 책이다. 이 같은 보편성 때문에 이 책은 정치학자와 정치학도뿐만 아니라 법학도, 국회의원, 입법 전문가, 정당인, 정책 관료, 국제기구 연구자, 정치 관련 언론인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된 이후 이 책은 2004년과 2006년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지금은 쩨벨리스 교수의 모국인 그리스를 비롯해서 포르투갈, 중국, 일본에서 번역이 진행되고 있거나 출판을 준비 중이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정치체제에서의 의사 결정: 대통령제, 의회제, 다원제, 다당제에서의 거부권 행사자들”(Decision Making in Political Systems: Veto Players in Presidentialism, Parliamentalism, Multicameralism, and Multipartyism)이라는 논문은 1995년에 영국에서 최고 권위의 정치학 학술지인 󰡔영국정치학술지󰡕(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에 게재되었고 비교 정치학 최고의 논문으로 1996년에 루버트 상(Luebbert Award)을 받았다.  이후 거부권 행사자 이론을 적용한 수많은 후속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쩨벨리스 교수의 거부권 행사자 이론은 미국정치학회에서 이 이론만을 위한 하나의 독립적인 패널이 구성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후 쩨벨리스는 이 논문에서 제시된 이론 틀을 더욱 발전시켜 다양한 정치제도들에 접목시켰고, 자신의 이론적 예측을 검증한 “거부권 행사자와 의회민주주의에서의 법 제정: 실증 분석”(Veto Players and Law Production in Parliamentary Democracies: An Empirical Analysis)이라는 논문은 1999년에 미국 최고권위의 정치학 학술지인  󰡔미국 정치학회보󰡕(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에 게재되었다.  쩨벨리스는 2002년에 자신의 연구들을 집대성하여 󰡔거부권 행사자󰡕라는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치학의 다양한 영역을 대표하는 학자들에게서 주목할 만한 호평을 받았다.  막스 플란크 사회연구소장인 프리츠 W. 스카프(Fritz W. Scharpf)는 이 책을 “획기적인 사건”이라 부르며 “독자적인 비교 정부 이론을 구축한 절정의 완성품”으로 평가했다.  피츠버그 대학의 베리 에임즈 (Barry Ames) 교수는 “과거 10-15년 동안 비교 정치에서 대두된 가장 중요한 이론적 주장”으로 평가 했으며  샌디에고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카르 스트룀 (Kaare Strøm) 교수는 이 책을 “정치제도 연구에 독보적인 공헌”이라고 극찬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존 페러존(John Ferejohn) 교수는 이 책이 “비교 정치, 국제관계, 미국정치라는 인위적인 하위영역간의 장벽을 한 이론이 어떻게 무너뜨리는가를 보여 주었다”고 평가하였다.

역자가 번역서의 역자후기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 정치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중요한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첫째, 이 책의 보편성과 분석적 엄밀성은 한국의 정치 학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질 것이다.  정치제도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한국 학계는 기존 학자들의 시각이나 주장을 비교 정리하거나 한국 정치 현실에 적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쩨벨리스 교수는 역자에게 정치학은 피상적으로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정치적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규칙을 찾아내는 것, 즉 정치적 현상들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연구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쩨벨리스 교수는 정당, 의회, 선거, 정부 구조, 민주주의 제도, 연방제도, 사법부, 관료, 유럽연합과 같은 서로 다양한 제도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론을 제시하였다.  둘째, 쩨벨리스 교수는 역자에게 정치학에 있어서 이론적 주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제시한 이론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책임 있게 보여 주는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독자들은 이 책이 제시한 경험적 분석들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면 쩨벨리스 교수의 책임감 있는 연구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될 것이다. 역자는 특히 검증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백한 주장들도 쩨벨리스 교수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고 경험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을 독자들이 인식하고 한국 학계도 이와 같은 자세에 주목하기를 희망한다.  셋째, 이 책이 사용한 게임 이론 및 공식 이론(formal theory)같은 분석적 방법은 직관적인 사고로는 도출하기 어려운 많은 이론적 예측들을 가능케 한다. 예를 들면, 입법적 행위자인 거부권 행사자들의 배치 형태와 관료나 사법부의 독립성과의 관계를 직관적인 사고로는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분석적인 방법은 때로는 반직관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직관적인 사고는 표면적으로는 타당한 것 같지만 논리적으로는 엄밀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게 될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쩨벨리스 교수는 집단적 거부권 행사자의 의사 결정 방식이 더 까다로워지면 정책 변화가 더 용이해질 수 있다는 비직관적이지만 논리적으로 엄밀한 결론을 도출한다.  역자는 한국 학계가 이 책을 통해 분석적인 방법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정치 학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현실 정치에도 매우 중요한 공헌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1987년에 현행 헌법이 만들어 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개헌 문제에 이 책은 유용한 시각을 제시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한국 개헌 논의에 있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정부 형태에 대한 분석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의회제는 권력 분산형 정부 형태이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라는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의회제에서는 의제 설정 권한(agenda setting power)이 행정부에 놓여 있으므로 입법영역에 있어서 권력은 행정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정반대의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은 대통령제의 본질적인 특징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국 대통령제가 입법적인 의제 설정 권한을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회제의 특징을 공유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국가 최고 지도자의 제왕적 권한을 축소시키는 방안은 더 막강한 권한이 수상에 집중될 수 있는 의회제를 도입하는 것보다 미국식의 순수한 대통령제를 도입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의 개헌 논의는 경험적인 정치제도들로부터 파생되는 피상적인 결과를 근거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많은 학자들이 의회제가 본질적으로 권력 집중형 정부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권력 분산형 정부체제로 보는 까닭은 의회제 국가들이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채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병행하는 의회제 국가들은 연정을 구성하여야 하기 때문에 한 정당이 권력을 독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와 같은 권력 분산 기제는 의회제의 본질적인 특징이 아니라 비례대표 선거제도의 특징인 것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의 피상적인 관점에 의존하는 개헌 논의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한국에 적합한 정치제도 설계에 유용한 분석적 시각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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