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대한 사랑과 개인에 대한 사랑, 열정과 이성

2008-09-23 01:42:53, Hit : 4639

작성자 : 끄로마뇽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요, 정신분석가처럼 인간의 다층적 심리를 파고드는 묘사가 도스토예프스키 글의 매력이라고들 하지요.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음직한 '인류에 대한 사랑과 개인에 대한 사랑의 충돌'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 있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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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느 의사가 오래 전에 내게 들려준 이야기와 똑같군요. 그는 나이가 지긋하고 대단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당신이 했던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를, 비록 농담이긴 하지만, 가슴 아픈 농담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기를, 나는 인류를 사랑한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인류를 사랑하면 할수록 개별적 인간, 다시 말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상을 할 때는 흔히 인류에 대한 지극한 봉사 정신에 빠져들기도 하고, 만일 갑자기 그럴 필요가 생긴다면 사람들을 위해 실제로 십자가를 걸머지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단 이틀도 같은 방에서 어떤 사람하고든 함께 지낼 수 없으며, 이것은 내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바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 가까이 있게 되면, 그의 개성은 바로 나의 자존심을 짓누르고 나의 자유를 구속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하루만 지나면 나는 그를 증오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식사 시간에 너무 오래 먹는다는 이유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은 감기에 걸려 계속 코를 풀어 댄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단 나를 아주 조금이라도 건드리게 되면 나는 사람들의 적이 되고 만다. 그래서 개별적 인간을 증오하면 할수록 인류에 대한 나의 보편적 사랑은 한층 타오르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

실천적 사랑은 공상적인 것에 비해 가혹하고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공상적인 사랑은 사람들이 그것을 주목해 주는 만족도가 빠른 성급한 성취를 갈망하게 됩니다. 그럴 때 실제로 자기 생명까지 바치겠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며 모든 사람에게서 주목받고 칭찬받기 위해 무대 위에서처럼 얼른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그러나 실천적 사랑은 노동이자 인내이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완벽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대우 옮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열린책들, 2008년, 111-113쪽.


끄로마뇽
아!!! 미정의 슬리퍼 끄는 소리, 편집장의 코고는 소리, 사장님의 재채기 소리, 영업부장님의 전화받는 큰 목소리, 안규남 번역자님의 한숨소리(번역이 안돼서)! 2008-09-30
17: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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