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를 처음 읽고 실로 오랜만에 두근거렸던 책. 현실보다 좋은 책은 없지만, 당사자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책. 한 늙은 대학생이 대학의 거대 기업재단과 포기하지 않고 칠전팔기 징글징글 끈질기게 싸웠던 이야기를 재기발랄하게 쓰고 있는데, 어찌나 끈질긴지... 처음 제목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끈질김"으로 할까 했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오기'의 환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ㅋㅋ 게다가 글이 참 좋다는 거. 한편으론 재미있고, 한편으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거.
에피소드 하나. 기업 재단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방해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을, 농활을 방해하기 위해 팜스테이 프로그램을 가동하는데, 후자는 학점이나 수료증, 값비싼 유명 메이커의 사은품, 재단 이사장과의 호화 식사... 총학생회장-> 기업 입사로 이어지는 티켓을 준다. 당연히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 행사가 아니라, 기업의 깃발이 펄럭이는 대학 행사에 참여한다. 그 꼴을 봐줄 수 없었던 필자는 국토대장정을 삼보일배로 따라간다(꼴랑 세 명이..). 그런데 마지못해 필자와 동행한 후배는 내심 이들이 매고 있는 명품 등산 가방이 부럽다. 어느날 대장정 행렬과 맞닥뜨렸는데... 필자가 학교 관계자에게 슬쩍 물어봤단다. 남는 배낭 없어요? (당연, 없었다...)
청춘 담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춘들이 이렇게 자기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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