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투표 행태』 저자 인터뷰_'한국인은 이렇게 투표한다'

2011-12-14 11:19:45, Hit : 3863

작성자 : 관리자

이갑윤 교수에게 한국 정치를 묻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여 후마니타스가 내놓은 또 하나의 신간 『한국인의 투표 행태』는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대선과 총선에 대한 실증 연구를 통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어떻게 투표하고 있는지를 종합 분석해 놓은 책입니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책이지만 읽다 보면 정연한 논리와 깔끔한 정리로 그간 ‘가설’로만 존재했던 여러 가지 투표 행태에 대한 논의들을 일목요연하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민주화 이후 한국인의 투표 행태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투표율은 떨어지는데 국민의 의사는 제대로 대표되고 있는 건지, 사람들은 왜 투표하지 않는지, 지역, 세대, 이념, 이슈, 현 정부 평가, 후보자 평가는 각각 어떤 식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핵심적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이갑윤 교수님으로부터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와 향후 총선 및 대선 전망에 대해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_편집자 주



흔히들 양적 방법론 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수학 공식이나 방대한 통계 수치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 책에도 수치들로 가득 찬 표가 많다. 독자들은 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또 정치학 중에서도 이런 분과를 택한 이유가 있는가? 양적 방법론에 입각한 선거 및 정당 연구에서 어떤 학문적 매력을 느꼈나?

선거나 투표 행태를 분석하는 데 통계적 방법은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대중의 행동에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의 독립적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흔히들 이야기하는 지역주의에 의한 투표나 계급 투표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국의 선거에서 지역주의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라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 지역주의가 심리문화적인 것인지, 지역 격차라는 경제적 요인 때문에 나타나는 합리적인 것인지, 그리고 대체 얼마큼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등은 모두 정확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학문은 아무리 당연한 사실일지라도 객관적으로 검증해 봐야 참이 된다.
통계치나 표를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계수의 크기, 유의도, 설명력 등 표나 통계치를 이해할 수 있으면 본문을 읽을 필요 없이 표만으로도 이 책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양적 방법의 매력은 사실 별로 없다. 숫자는 연구자 자신이나 독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양적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게 있다면 그건 아마 거짓말이나 소설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 거다.


이 책에서 다양한 가설을 검증한 끝에 내린 결론 가운데 기존의 상식이나 이론들을 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역 투표의 가장 큰 원인은 지역민 호감도라는 것이다. 통계자료 분석 결과 영남인과 호남인은 물론 서울 사람들과 충청인들조차도 호남인을 좋아하느냐, 영남인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투표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역 투표는 민주화 이후에도 전혀 약화되지 않았다.
세대 효과는 이념 갈등의 등장으로 2000년대 들어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인기와 경제 업적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 매우 작은 영향만을 미친다는 사실도 주목해 볼 만하다. 이를 통해 볼 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현재의 민심이 총선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선에서는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알 수 없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후보자 개인의 능력과 도덕성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민주화 이후에도 지역주의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결론 내리셨는데, 지역주의가 다른 균열에 의해 약화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가?

출신지별 지지 정당의 차(균열 지수)로 볼 때 대통령 선거에서는 약간 약화되었으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 투표의 강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지역 투표는 연구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나를 포함해 아무도 지역 투표의 등장과 지속을 성공적으로 예측하지 못한다. 지역민들이 그 지역 정당에 정체성을 느끼고 있는 현재로서는 지역 투표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지역 외에도 연령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인의 정치적 정향과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세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화 이전의 민주 대 반민주, 민주화 이후의 진보 대 보수 균열의 토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식민지, 분단과 전쟁, 가난과 혼란, 독재와 산업화, 민주화 등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세대별로 형성된 성년기 사회화 경험의 차가 세대 균열의 가장 큰 원인이다. 다만 386세대 담론이 존재하나, 분석 결과 다른 세대와 특별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대가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386이 다른 세대보다 특별히 두드러진 세대 효과를 지닌다고 볼 수는 없다.


서구적 수준에 비견할 만큼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인의 투표 행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계급 투표가 한국인의 투표 행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데 대해 많은 이들은 의문을 가져 왔다. 계급 투표는 정말 없는가?

현재까지 수입이나 직업과 같은 계층적 변수가 한국인의 투표 행태를 포함한 정치적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계급론은 참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계급 투표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나타날 경우에도 전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난다. 소득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가 더 진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에서 계급 투표가 보편적이라고 해서 이와 같은 한국인의 투표 행태를 예외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비서구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계급 투표가 없거나 매우 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제 투표 경향도 미약하고, 대체로 이념 투표나 합리적 투표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에 대해 독자들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투표 결정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치적 행위는 인간의 다른 모든 행위들과 마찬가지로 물질적 가치나 객관적인 가치에 의해서 결정되기보다는 정신적이고 주관적인 가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향이 더 크다. 투표와 같은 대중의 정치 참여가 물질적인 동기보다 심리문화적 동기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개인의 투표 행위가 선거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귀속감이나 의무감과 같은 비합리적인 동기가 없고, 순수하게 물질적인 동기만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투표 행위 자체가 성립되기 힘들다.
또 이는 선거 결과가 정치나 정책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당과 후보자가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념이나 노선, 공약 등은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으로 수렴된다. 따라서 선거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정부 정책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현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정치권력이 분산되어 있을 뿐 아니라 권력의 범위와 강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가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이 크지 않다. 특히 최근의 전 세계적인 자유화와 지구화 추세 속에서 그런 가능성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따라서 설령 정당들 간에 정책적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차이가 개인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나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의사 결정에 있어 개인적 합리성과 집합적 합리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개인적 투표 결정 요인이 비합리적이라고 해서 집합적으로 선거 결과가 비합리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비합리성을 대표하는 출신 지역이나 정당 지지와 같은 변수들이 개인의 투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효과가 서로 상쇄되어 집합적인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데 반해, 개인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슈나 후보자 변수 또는 합리적 변수 등이 정당과 후보자의 승패를 결정하는 집합적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지난 20년간 두 번에 걸쳐 나타난 정권 교체가 지역이나 정당에 대한 심리적 혹은 감정적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한국인의 투표 결정이 적어도 집합적으로는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10ㆍ26 보선 결과는 이 책에서 분석한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보궐선거에서의 투표 행태는 현직 대통령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분석한 대선과 총선의 투표 행태와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지역, 세대, 정당 지지, 이념, 정부 업적 평가가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 분석한 총선 투표 행태에서도 드러나듯이 보선에서 야당 후보자의 상대적 선전은 이명박 정부의 낮은 인기가 원인이지, 후보자 효과는 무시해도 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의 관전 포인트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MB정부에 대한 평가가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차기 대선 주자들의 역할과 영향력, 이념적 이슈(외교 안보나 복지 문제)가 등장할 것인지, 총선과 대선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 것인지 등을 주목해 볼 만하다.


지금 현재는 어떤 자료를 가지고 분석하고 계신지?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사회의 주요 균열인 지역, 계층, 이념, 세대 균열에 관한 국민 의식 자료(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2009~2011)를 수집해 정치 균열과 사회 균열의 상호 관계를 분석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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