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이년전 아파트 공화국 작업할때 gated community의 적절한 번역어를 찾지 못해 그냥 '게이티드 커뮤니티'로 갔었지요. <민주주의와 법의지배>에도 이 단어가 나오지 않았나... 이리저리 방황하다 오마이뉴스 정윤수라는 분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귀절이 있어 올립니다. 빗장 공동체. 사회적 의미에서의 차단과 구별을 함축하는 용어의 뉘앙스를 잘 살린 번역이지 싶네요.
임마뉴엘 월러스틴은 2006년 5월에 <코멘터리>에 기고한 ‘장벽과 세계’(Walls and the World)라는 글에서, 장벽은 ‘사람들을 밖으로 내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을 안으로 들이기 위해서’ 쳐진다고 썼다. ‘우리에겐, 저들이 원하지만 우리로선 함께 나누길 원치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들을 밖으로 내치기 위하여 장벽을 설치하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장벽이 그 예가 된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장벽이 국가 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 내에서도 기능한다고 말한다. 일정한 사회적 지위와 부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른바 ‘빗장 공동체’(gated community)를 형성하면서 높은 담벼락, 청원 경찰, CC-TV, 사설 방범제도 등을 두는 것이다.
윌러스틴에 따르면 1961년의 오늘, 8월 13일에 철조망으로 시작된 베를린 장벽은, 장벽 설치의 두 번째 이유가 되는 ‘사람들을 안으로 들이기 위한’ 내부 결속의 원리에 따른다. 서베를린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바깥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차단하고 이로써 동독 내부의 정치적 안정성을 강력하게 도모하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그 장벽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80년대 말에 이 장벽이 무너졌을 때, 그리하여 서방의 미디어가 장벽 앞의 들뜬 분위기를 전세계로 타전하였을 때, 이제 어디로도 맘껏 떠나갈 수 있게 된 동베를린 시민들은, 또 하나의 장벽이 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그 장벽은 콘크리트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위력은 비슷했다. 바로 경제력이라는 새 장벽이었다
(글의 출처 : http://blog.ohmynews.com/booking/18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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