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목소리>에서_ 3. "맥주"

2011-07-22 00:42:13, Hit : 4101

작성자 : 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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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 묘약은 달팽이들을 파멸로 이끈다.
날이 어두워지면 달팽이들은 은신처에서 나와 식물들의 초록빛 살을 삼킬 태세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간다.
채소밭 한가운데서 한 잔의 맥주가 보초를 서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달팽이들은 향기에 이끌려 맥주잔 꼭대기로 기어 올라간다.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향기로운 거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리고 맥주의 바다에서 행복하게 술에 취해 익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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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햇볕이 작열하지만 그래도 해가 저물고 나면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땀을 식혀 주는 요즘입니다. 그래선지 노천에서 맥주 마시는 사람들을 곧잘 보네요. 처음 저 글을 봤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달팽이랑 맥주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지... 그래서 찾아보니, 맙소사, 말 그대로 달팽이가 맥주를 좋아한다더군요. 심지어 (달팽이들이 먹이로 삼는) 상추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선, 밭 한가운데 통을 놓고는 한 가득 맥주를 붓고(이걸로 달팽이를 유인) 담배가루를 섞어(이걸로 달팽이를 살상) 두기도 한답니다. 달팽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어느 집에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시다 남긴 맥주잔에 달팽이가 익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슬픈 사연도 전해집니다.


윤상훈
네 고맙습니다. 달팽이처럼 목숨을 걸지 않고도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데서, 인간으로 태어난 걸 감사하게 되기도 하고요. ㅎㅎ 2011-07-25
15:42:55

수정  
scott
ㅎㅎ 재미있는 글이네요. 편집자 님이 글귀와 함께 이야기를 덧붙여주니 더 좋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2011-07-25
14: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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