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목차, 서론 결론(초고)

2009-05-11 18:42:01, Hit : 7295

작성자 : 박상훈
만들어진 현실
한국의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


박상훈 지음




<서론> 이데올로기가 된 현실, 현실이 된 이데올로기
1장. 한국의 지역주의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2장. 민주화이전에도 지역주의 때문에 문제였나
3장. 민주화 정초선거는 지역주의가 지배했나
4장. 한국의 민주화는 왜 지역정당체제로 이어졌나
5장. 한국의 유권자는 지역주의에 의해 투표하나
6장. 지역주의는 어떻게 지배담론이 되었나
<결론>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

<서론>
이데올로기가 된 현실, 현실이 된 이데올로기






1.
한국의 지역주의 문제에 관한 우리사회의 지배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 유권자는 지역주의(지역감정, 지역정서 등)에 이끌려 투표하고 대다수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하는 지역당(호남당, 영남당, 충청당 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래서 선거만 하면 지역분할구도가 나타난다. 둘째, 지역을 둘러싼 편견은 옛날 즉 근대 이전의 전통사회에서부터 존재해 왔고, 근대 이후에도 계속 강화되었다. 지역주의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지역주의의 중심 내용은 영남과 호남 사이의 지역갈등이다. 이 두 지역의 갈등이 충청과 강원 등 다른 지역의 지역주의를 자극했고 결국 한국 사회 전체로 지역주의가 확산되게 만들었다. 넷째, 지역주의와 지역구도의 고착화 정도는 매우 심하고, 선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정치가들은 지역주의를 동원하고 유권자들이 이에 부응하는 악순환이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지역주의 때문에 정치발전이 안 되고 사회는 분열되고 있다.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정당체제가 계층이나 이념적 차이에 따라 재편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역주의 때문이다. 지역주의 극복 없이 정치발전 어렵다. 여섯째, 지역주의는 망국적인 고질병이라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내지 선거제도의 변화와 같이 게임 규칙을 바꾸거나, 아니면 정치지도자들의 결단과 같이 뭔가 강한 외재적 힘의 개입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고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현실은 얼마나 지역주의적일까?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지역주의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주의적으로 판단하고 지역주의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사실일까?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스로부터 지역주의자라고 보는가?

2.
주위를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지역주의하면 누구나 한마디씩 거들 수 있는 통속적인 주제가 된 지 오래다. 전라도 사람이 어떻고 경상도 사람은 어떻다는 둥 뿌리 깊은 인성론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옛날부터 면면히 흘러 내려온 지역 색이나 지역 정서 같은 게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 이도 있다. 옛날 문헌에서 지역 색이나 지역 차별적 편견이 서술되어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지역 색의 역사적 장구함을 역설하는 이도 있고, 자신이 직접 겪어 봤다며 그 경험을 지역주의가 실재하는 매우 분명한 증거라고 강변하는 사람도 많다.
학자들 역시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서마다 분석과 계몽의 이름으로 지역주의 때문에 큰일이라 말하며 감정과 편견에 영향 받은 비합리적 유권자들을 가르치고자 하는 시민 교육자로 나서곤 한다. 그러나 지역주의가 어떻게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하거나, 그 이전에 대체 지역주의가 뭐고 지역주의와 지역주의가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객관화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 선거 결과가 지역주의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데 뭘 더 말할 필요가 있냐는 투다.
언론도 똑같다. 그들은 정치인 내지 정치 일반에 대한 대중적 반감에 편승해,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에 휘둘리는 정치를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들 역시 지역주의가 뭔지 합리적으로 따져 살펴보지 않는다. 지역주의는 그저 ‘나쁜 어떤 것’, 해당 지역 출신들이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불합리한 어떤 것’으로 상정될 뿐이고, 그러니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주제가 되고 말았다.
흥미로운 것은, 지역주의 때문에 문제이고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 우리 사회 최고의 ‘사회적 합의’가 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별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못했고 여전히 문제는 지역주의라는 진술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어떤 정치가든 지역주의 비슷한 발언만 해도 모두 나서서 규탄하고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에 휘둘리지 말자는 의식개혁운동,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그렇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아무도 이 ‘이상한 현실’에 대해 이상해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유권자가 얼마나 지역주의적으로 투표했는가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료는 투표결정의 주관적 동기를 탐색하는 의식조사 자료일 텐데, 이 자료를 인용하는 연구자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주의적 동기를 갖고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후보의 출신 지역을 보고 투표했다거나 혹은 후보나 정당이 내세우는 지역과 관련된 정책을 보고 투표했다는 응답을 다 쳐도 5% 안팎일뿐이다. 대부분은 경제발전이나 정치안정, 분배 개선이나 민주발전, 남북관계나 한미관계, 진보나 보수 등 이념적 가치 등이 자신들의 투표결정 동기였다고 응답한다. 그런데도 늘 선거가 끝나면 지역주의가 또 압도했다는 주장을 하는 데 누구도 주저함이 없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대부분 사람들이 겉으로는 지역주의 반대를 말하지만 속으로는 지역주의에 따라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위선적 유권자’ 모델을 가정하는 셈이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투표장에 들어가면 돌변’한다는 식의 설명이 대표적이다. 누구라고 하진 않겠지만, 정치학자가 쓴 학술논문에도 이런 표현이 그대로 나오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정당 혹은 지역주의를 상징하는 지도자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다. 아무리 지역주의 극복이 사회적 합의처럼 이해된다 하더라도 결국 선거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가나 정당을 맹목적으로 찍게 된다는, 일종의 ‘사악한 정치가에 이용당하는 어리석은 유권자’ 모델을 가정하는 것이다. ‘김심(金心)’이나 ‘지팡이 한방에 끝장’났다는 등의 주장이 그에 해당한다.  
위선적인 시민, 어리석은 시민과 같은 행위모델을 가정해서라도 기존의 지배적인 설명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 아니면 뭔가 잘못 이해되어 왔던 것은 아닐까? 한국의 지역주의는 도대체 무슨 문제일까? 어디까지가 지역주의의 문제이고 어디서부터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3.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가 왜 지역주의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지역주의라는 것이 편견이나 고정관념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빼고는 말할 수 없고 그렇다고 이를 객관화해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중요한 것은 지역주의 그 자체보다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접근 내지 지역주의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은 왜 민주화를 기점으로 지역이 중심이 되는 정치적 갈등의 구조를 갖게 되었나”를 주제로 2000년에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뒤에도 지역주의 문제와 관련해 계속 글을 썼다. 필자에게 지역주의 내지 지역정당체제는 일종의 전공 주제인 셈이다. 처음 지역주의 문제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겠다고 맘먹었을 때는, 호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에 항의하려는 마음이 컸다. 학부 전공이었던 경영학 대신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동안 노동문제와 진보적인 이념을 다룬 책을 많이 보았고,  ‘보수 야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글도 쓰고, 80년대 말에는 ‘민중정당’ 추진 모임에도 참여했지만, 결국 결정적 순간이 되면 나의 정치적 선택은 호남과 같은 방향성을 갖곤 했다. 김대중이라는 한 정치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호남의 투표 결정은 또 어떻게 보아야 할지를 둘러싸고 격한 논쟁이 있었고, 진보파들 사이에서도 이를 전근대적이고 퇴영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호남의 소외의식과 진보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다투고 있었지만, 대체로 나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이끌렸다. ‘계급문제의 우위성’을 강조하면서 현실의 여러 차별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경직된 태도는 잘못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 무의식 속에 있는 어떤 심리적인 요인도 컸던 것 같다. 호남과 DJ를 둘러싼 논쟁을 지켜볼 때마다 나는 내가 호남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솔직히 다행이라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아마도 난 공범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그런 생각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역주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져 보려고 노력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주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거나 들여다보기를 망설였다고 할 수 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편해 했다. 언젠가 나의 지도교수인 최장집 교수가 쓴 [지역감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에서 진보적 사회변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도 특히 비호남 출신의 경우 지역주의 문제를 학문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심층심리의 구조를 객관화시킬 때 느끼게 될 미묘한 감정상의 거북함을 회피해 보려는 심리”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그랬다. 전라도 사람의 인성이나 특질 운운하는 태도를 잘못이라 보았지만 딱히 내 문제로 삼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침묵으로 방관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의 내면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을 가졌던 일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 이후 점차 지역주의 문제를 다룬 기존 연구를 찾아 읽게 되었고, 지역주의 문제를 다룬 연구가 너무 적고 빈약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좀 더 조사를 해보면 호남을 둘러싼 지역 차별과 소외의 구조를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의 작업은 해방이후부터 나온 일간신문들을 읽는 일로 시작되었다. ‘한국정치연구회’라고 하는, 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가까이 지냈던 후배들 4명에게 부탁해 이들과 함께 국회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신문철을 나눠 뒤졌다. 옛날 신문들을 보면 지역차별과 지역소외의 수많은 양상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역주의와 관련된 기사를 찾기는 힘들었다. 하루 종일 뒤져도 거의 찾은 게 없을 정도였다. 본론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기존 연구는 1971년 김대중과 박정희의 대결 과정에서 엄청난 지역주의 동원이 있었던 듯 서술하면서 당시 정황을 보여주는 신문 기사들을 인용하곤 했는데, 찾아보니 거의 그게 다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당시의 잡지와 학회지들도 찾아보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1980년 광주사태를 전후한 신문보도를 살펴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를 지역감정으로 보는 계엄사의 발표를 인용한 보도 몇 개와, ‘양 김’이라고 하는 야당 지도자들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지역감정이 커진다는 사설이나 칼럼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하다못해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신문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3장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아무튼 한국의 지역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관련 사실을 모아서 그 기원이나 성격을 밝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첫 작업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러나 중요한 발견이랄까 성과는 있었다. 이제 조사 연구의 초점은 지역주의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문제가 만들어지게 된 한국정치에 대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그 후 내가 지역주의 문제를 보는 기본 시각으로 자리 잡았고 조사를 거듭함에 따라 더욱 확고해졌으며, 나아가 호남에 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잘못된 편견과 싸우는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게 되니 흥미로운 질문이 많아졌다. 여러 사람들이 호남에 대한 편견이 역사적으로 오래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옛날 문헌들에서 호남에 대한 부정적인 기록을 인용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기록으로 따지면 안 그런 지역이 없었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다. 호남에 대한 나쁜 평으로 이중환의 [택리지]가 자주 인용되었는데, 막상 찾아보니 내 눈에는 권세 있는 사람에게 아부해 이익을 쫓는다는 충청도에 대한 평이나 미련하다는 강원도에 대한 평이 더 나빠 보였다. 함경도를 중심으로 한 서북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영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을 담은 역사 기록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노론 세력이 위세를 떨칠 때는 남인 세력의 지역 기반인 경상 지역 출신은 여지없이 차별받았고 반란이 가장 자주 일어난 지역도 경상 지역이었다.
반대로 호남을 좋게 평한 옛 문헌을 찾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었다. 윤선도나 정철은 말할 것도 없었고, 전라도의 ‘전’을 뜻하는 전주는 조선 왕실의 고향이라 해서 어향으로 칭송되었고 무엇보다 임진왜란 당시 호남은 우국과 충절의 지역으로 기록되었다. 그렇다면 제기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해서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지금의 지역주의적  해석 틀로 변형될 수 있었는지, 왜 호남에 대한 좋은 평가는 배제되고 오로지 나쁜 것만 선택적으로 부각되고 왜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았는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호남에 대한 나쁜 기록을 있는 대로 모아 반호남 지역주의의 오랜 역사성을 입증했다고 말하는 것은 지역주의적 해석의 틀로 뒤틀린 역사를 우리 앞에 내놓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사람들에게 지역주의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물어보는 일도 재밌었다. 누구든 처음에는 오래 전부터 지역주의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것이 언제의 기억인지를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실제로는 그리 멀리까지 가지 못했다. 일제 때 태어난 노인들의 경우 처음에는 해방 직후부터 호남에 대한 지역감정이 심각했다고 말했다가도 그게 몇 살 때인가 나이를 환산해 물어보면 대개 청년 이후가 되고 시기는 금방 60년대에서 70년대로 올라오게 된다. 해방 직후엔 오히려 함경도 등 이북 출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더 심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한참 생각하다가 대부분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 토박이들의 인색함에 대해 이주민들이 느끼는 감정도 있지 않았냐고 하면 이를 긍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왜 이주민들끼리 서로 지역감정을 다투게 되었을까를 물으면, 서울 사람들은 자신들이 의존해야 할 사람들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은 경쟁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지역과 관련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지역적 차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경험은 너무 많았다. 호남을 백제와 동일시하며 삼국시대부터 지역감정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백제의 지리적 중심이 실제로는 한강 이남의 경기와 충청이었다거나 후백제 견훤이 경상도 상주 출신이라고 말해주면 다소 당혹해 하기도 했다. 같이 정치학을 공부했던 내 친구는 1987년에 실시된 한 조사결과를 보여주며 호남 사람들 가운데 출신지역을 밝히기를 꺼렸던 경험이 다른 지역민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 사실을 강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조사를 나도 잘 안다며 정작 출신 지역 밝히기를 꺼렸던 경험이 전혀 없다는 호남 출신 응답자가 얼마나 되냐고 되물으면, 83%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놀라워했다. 더 나아가 1970년대 말 조사된 결과를 보여주며, 그때까지는 호남 사람이 심리적으로 가장 가깝게 느낀 지역민이 영남이었다는 사실, 반대로 호남에 대해 거리감을 크게 가진 곳은 충청과 서울 경기 출신들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면 그것 역시 당혹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자는, 누구든 특정의 해석을 받아들이게 되면 자신이 직접 한 과거의 경험과 주관적 느낌조차 그러한 해석의 틀에 맞게 기억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호남에 대한 편견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그런 편견으로 인한 호남의 소외감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흥미롭게 받아들여 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의 정치적 이용(political use of the past)’, ‘편견의 동원(mobilization of bias)’, ‘전통의 발명(invention of tradition)’, ‘민족보다 앞선 민족주의(nationalism before nation)’ 등과 같이 역사학이나 정치학  연구에서 자주 쓰는 개념들을 소개해주면 ,한국의 지역주의 역시 보편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금방 이해했다. 물론 실제 역사보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투쟁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것, 따라서 역사는 과거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특정의 해석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세력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그때 편향성 내지 편견은 역사 해석을 둘러싼 권력 투쟁에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 그러므로 옛날부터 그랬다는 오랜 생각이나 전통이라는 것도 잘 따져보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작위적으로 창조되는 일이 허다하고, 하다못해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범위나 그 기원 역시 민족주의라는 특정의 이념이나 해석을 통해 형성된 결과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그 연장선에서 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영남이나 호남과 같은 지역 개념이 여전히 사용될 수 있는지, 충청남도 금산이나 논산처럼 그 가운데 일부 지역이 과거에는 전라도였던 곳에서 더 강렬하게 스스로를 충청이라고 호명하고 싶어 하는지와 같은 문제를 같이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역주의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거나 그 망국성을 강조하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힘들었다. 아무리 뭐라 해도 지역성이란 게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거나, 안 그러면 어떻게 한 지역에서 90% 이상의 지지율이 나올 수 있냐면서,  어떤 경우든 그런 맹목성은 지역주의 때문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때문에 그런 거라고 보면 될 이 간단한 문제를 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느냐면서 도리어 필자에게 핀잔을 주는 사람도 많았다.
2000년 지방선거를 앞둔 어느 날, 중앙일보에서 정치 평론가들을 초청해 선거 보도를 남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열 명 남짓 참석한 그 자리에 유시민씨도 있었는데, 그는 한국의 선거라는 게 DJ 지팡이 하나면 끝나는 데 뭘 더 말할 게 있냐는 식의 주장을 계속 했다. 필자는 이견을 말했지만 대화는 서로 평행선을 그으며 끝났다. 그때 필자는, 지역주의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이해방법이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무의식 세계에는 호남과 DJ에 대한 부정적 심리가 깊이 자리 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망국적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도 유시민씨는 이를 지지한 몇 안 되는 정치가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지역주의 구체제의 자식’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연정을 통해서만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비판하는 진보파들을 엄연히 존재하는 망국적 지역주의의 문제를 회피한다면서 ‘자기만족의 지적 오만’, ‘논리적 도착’, ‘분열증’ 등의 용어를 동원해 비판했다. 지역주의가 있는 한 진보는 가당치도 않다는 게 그 요지였다. 이때부터 그의 ‘지역주의 망국론’에는 호남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노동운동이나 진보세력에 대해서도 심리적 거부감이 자주 드러나고는 했다.
당시 필자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의 제안으로 청와대 대변인과 번갈아 지상 논쟁을 하기로 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먼저 지역주의 망국론을 말하면서 대통령의 제안이 갖는 진정성을 옹호하는 글을 썼고, 필자가 뒤이어 “한국의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를 제목으로 지역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왜 잘못인가를 썼다. 하지만 그것으로 논쟁은 끝났는데, 더 이상 청와대측에서 반론을 이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주의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식 차이는 그 전에 서로 확인한 것이기도 했다. 2004년 여름 필자는 청와대에서 노무현대통령과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대통령은 지역주의의 심각성을 강변했고 뭔가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필자는 지역주의 문제를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설명하고자 했고, 호남의 동질적 정치 성향을 지역주의로 단순화하기보다는 차별에 대한 항의나 지역차별을 만든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말했지만, 노대통령은 내 이야기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지역주의, 그냥 심하다 합시다.”라는 말로 더 이상의 대화를 중단시켰다.
그때 필자가 깨닫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 망하게 생겼다는 전제 위에서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는데, 문제는 사태를 그렇게 정의해 놓고 나면 그 다음은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정치를 꿈꾸게 될 뿐이라는 데 있었다. 지금까지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호남 차별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본 적이 없는데, 아마도 호남의 과도한 집단성 때문에 문제라고 보거나 최소한 호남 역시 똑같이 잘못된 지역주의를 보인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확실히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정치 운영에 있어서 많은 문제를 낳게 된 데에는. 지역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망국적 지역주의를 해결한 영웅이 되고 싶어 했는데,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라는 것이 상당부분 전도된 이데올로기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그런데도 지역주의 없는 사회를 말하는 것 자체가 이데올로기적 허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했다. 그 결과 2004년 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집권당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역대 어느 정권도 갖지 못한 좋은 정치적 조건을 향유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허비했고 나중에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자 자꾸 뭔가 획기적인 방안을 찾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지역주의 극복 없이 아무 것도 안 된다며 한 해는 대연정 논란으로 보냈고 다음 해는 원 포인트 개헌론으로, 그 다음해는 예기치 않았던 한미 FTA를 한국 경제의 대안으로 밀어붙이는 등 끊임없이 대전환을 추구하다 임기를 마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5.
여기쯤에서 지역주의 망국론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 망국적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사회 일반에 워낙 익숙한 주장이고 ‘솔직히 호남이 지역주의 아니야’ 하는 식의 생각도 압도적이라서, 지금까지 필자가 계속해 온 이야기에 대해 여전히 수긍하지 않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 망하고, 지역주의 극복 없이 정치 발전 없다는 담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1년 선거 직후였다.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박정희와 김대중이 경쟁했던 이 선거는 지역주의 선거가 아니었다. 전체 선거 과정을 주도한 것은 민주화 요구였고 그 초점은 김대중이었다. 김대중은 호남과 서울 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에서도 지지를 많이 받았다. 집권당은 엄청난 액수의 선거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권위주의 체제의 근간을 공격하고 나선 김대중의 위세를 꺾을 수 없었다. 결국 박정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눈물로 호소해야 했고 무효표가 무더기로 나올 정도로 개표부정을 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호남을 빼고 계산하면 김대중 후보 지지표가 박정희보다 많았을 정도로 이 선거에서 사실상의 승자는 김대중이었다.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해석은 선거가 끝나고 동원되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도 그것은 선거에서 나타난 시민의 의사를 민주화에 대한 강한 요구로 해석되지 않게 하려는 전략적 의도의 산물이었다. 박정희에게 1971년 선거는 거의 악몽과 같은 경험이었고 잘 알다시피 그 귀결은 이듬해 유신체제로 나타났다.
지역주의 망국론이 다시 등장한 것은 1980년 민주화의 봄 시기였다. 지역주의 망국론을 동원한 것은 신군부 세력과 이들을 지지하는 관제 언론들이었다. 이들은 민주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당시의 정치상황을, 김영삼과 김대중, 김종필로 대표되는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지역감정을 불러 일으켜 사회를 분열시키고 정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정의하였다. 그러면서 지역감정으로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특단의 조치란 5.18 군부쿠데타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1987년 민주화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였고, 지역감정 때문에 큰 문제라는 논리가 동원되는 메커니즘은 앞서와 동일했다. 이른바 ‘3김’이 전국을 지역감정으로 봉건화하면서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담론은 다시 등장했고, 그 생산자는 노태우를 비롯해 재집권을 목표로 하는 권위주의 집권당의 지지 세력들이었다. 야당 후보들이 분열하고 선거에서 패배하자 지역주의 망국론의 설득력은 더욱 커졌고 대중 여론 일반으로 확대되었다.
그 다음은 1990년 1월 3당합당에서였다.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김영삼과 김종필 세력이 집권당에 합류하면서 내건 정치적 알리바이 역시 ‘망국적 지역감정 때문에’ 라는 것이었다. 지역감정이 가져온 폐해는 너무 크고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3당합당이야말로 이를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논리가 별 설득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는데, 주목할 것은 이때 이후 호남출신 지식인을 중심으로 영남 지역패권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강렬하게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모든 지역감정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지역주의 망국론’에 맞서 ‘패권적 지역주의 망국론’ 혹은 ‘저항적 지역주의론’으로 불릴만한 일종의 비판 담론이 본격적으로 조직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지역주의의 내용을 둘러싸고 패권적이냐 저항적이냐 하는 갈등은 있었지만 지역주의 때문에 큰 문제라는 인식은 더욱 공고해졌다.
지역주의 망국론이 다시 대규모로 동원된 것은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15대 총선, 1997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재편 과정에서였다. 역시 사태전개의 초점은 김대중의 복귀였다. DJ의 정계은퇴이후 야당 진영의 주도권을 두고 경합했던 세력들은 대부분 그의 정치복귀를 비판하고 나섰는데,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결과는 야당 진영 뿐 아니라 정치에 나선 사회운동 진영 전체를 호남과 비호남으로 분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오, 이우재, 김문수 등 민중정당을 지향했던 세력은 거의 모두 한나라당으로 옮겨갔다. 지역을 넘어서 민주대연합 후보를 내세우고자 했던 세력들도 이회창, 이수성, 조순 지지 세력으로 결집해 한나라당으로 옮겨갔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한나라당에 합류하면서 내건 담론 역시 지역주의 망국론이었다. 지역주의 문제의 전개과정 혹은 시기별 변화과정에서 이때의 경험은 결정적이었다. 이제 지역주의 망국론의 담론 생산자는 더 이상 보수적 정치세력과 주류언론에 한정되지 않게 되었고 진보세력과 시민운동, 지식인의 상당부분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망국론이 명실상부한 지배담론이 된 것은 바로 이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지역주의 망국론이 다시 불러 들여진 가장 최근의 사례는 앞서도 잠깐 살펴본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지역주의 망국론에도 불구하고 1997년 DJ가 집권에 성공하고 뒤 이어 2002년 노무현의 집권이 호남의 선택으로 실현됨에 따라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운 특단의 조치를 정당화되기는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2005년 망국적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며 노무현대통령이 대연정을 내세운 것은 의외였다. 상대인 야당의 반대는 물론이거니와 집권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컸고 여론이 매우 비판적이어서 에피소드로 끝나고 말았지만, 누구든 국면 전환 내지 인위적 정계개편의 욕구를 강하게 가질수록 지역주의 망국론을 동원하고자 하는 정치적 유혹은 앞으로도 강하게 작용할지 모른다.

6.
필자가 좋아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짧고 인상적인 표현을 모으고 암기하는 것인데, 안토니오 그람시가 한 말 가운데는 ‘인간은 이데올로기 안에서 사실을 인식한다.’는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 사실이란 인간의 인식 세계와 분리되어 객관적으로 존재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사실 이전에 사실을 이해하는 방법을 둘러싼 투쟁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풀어 말할 수 있겠는데, 헤게모니라는 그람시 개념의 독창성은 이런 인식론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은 왜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추구하는 정당을 지지하는지, 나아가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다수의 힘을 조직하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이 정치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과 대면하고자 했다.
일상의 세계에서도 우리는 같은 사실을 놓고도 이해하는 방법이 달라 다투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규모가 큰 갈등을 동반하는 정치적 사안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도 민주화가 되고 직접적인 강제나 물리적 억압의 사용이 크게 제한되면서 이데올로기의 기능과 역할은 아주 커졌다. 미디어 공론장과 정치 교육의 역할이 사태를 이끄는 중심적인 힘이 되었고, ‘사실’만큼이나 ‘사실을 이해하는 방법’도 중요해졌다. 그 결과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관통하지 않는 한, 도대체 사실이 무엇인지에 도달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학에서 이데올로기란, 쉽게 생각하면 지극히 단순한 의미가 되고 어렵게 생각하면 제대로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한없이 난해한 개념이 된다. 백과사전적 지식으로 말하면, 사실을 인식하는 관념적 체계 내지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의 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 대개의 경우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잘못된 ‘허위의식’이나 사실과는 다른데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전도된 인식’을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아가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권력 작용’을 분석하는 개념적 도구로도 자주 사용된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 이슈 가운데 이데올로기성이 가장 심한 주제를 꼽으라면 필자는 단연코 지역주의라고 말하고 싶다. 지역주의를 주제로 한 대부분의 논의들에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사이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이들에게서 지역주의는, 사실을 말하는 맥락에서 논의되기보다 주로 규범적 평가를 말하는 부분에서 - 대개는 도덕주의적으로 훈계 하는 방식으로 - 다뤄진다. 사실보다 해석에 의해 압도된 문제 인식, 지역주의를 둘러싼 논의가 갖는 이데올로기성은 여기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그들의 논의에서 객관적 사실만 따로 분리해 본다면, 아마 그 내용의 빈약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호남을 연구하고 영남을 연구하고 그 지역적 특성을 밝혀내고 각각의 역사와 문화나 남긴 유산과 영향을 따져 본다면 이데올로기성의 문제가 해결이 될까. 영남과 호남의 지난 수천 년 역사를 다 불러들여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근대적 산업화 과정의 지역 차별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마찬가지다. 1971년 대통령 선거가 어떻게 치러졌고 당시 유권자가 어떻게 투표했는지를 봐도 그렇고 민주화 이후 선거를 살펴봐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주의적으로 사실을 해석하는 ‘안경의 문제’를 다루지 않고 사실 그 자체로서 지역주의의 문제를 객관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성의 근거가 매우 약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에 대한 특정의 해석이 지배하는 현실, 지역주의 때문에 문제라고 모두가 말하지만 아무도 지역주의가 뭐고 왜 나쁜지 잘 따져 묻지 않는 현실, 그러는 사이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의 모든 문제를 배태하고 있는 알파이자 오메가로 되어 버린 것,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지역주의에 대한 우리사회의 지배적인 해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동원되고 이용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지역주의 망국론을 반복하는 것은 사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지역주의를 그렇게 보는 것이 진짜 문제가 되는 지역주의적 인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지역주의 때문에 큰일이고 지역주의 극복 없인 아무 것도 안 된다며  끊임없이 두려움을 동원하고 부정한 현실을 방관할 것이냐며 이데올로기적 결단을 강요하는 환원론적 논리구조를 양산하는 데 기여할 뿐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격조 있게 지역주의를 개탄하고 나라 걱정을 말한다 해도, 그것 역시 이데올로기의 한 편린에 불과할 때가 많다. 학문의 영역에서조차 그러한 일은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연구 이상일 수 없다.
요컨대 지역주의 문제를 인과적으로 설명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이해 가능하며 규범적으로 타당한 방식으로 다루는 일은 정치의 현실에서도 매우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7.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인데, 한마디로 말해 이 책에서 필자가 하려고 하는 작업은 일종의 ‘문제를 달리 생각해보자’는 제안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지역주의는 사실의 차원보다는 해석과 인식의 차원을 더 많이 갖는 심리적 문제 혹은 상부구조적 문제를 중심적인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 전체를 통해서도 지역주의와 관련된 모든 주-객관적 사실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다루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지역주의에 관한 기존의 이데올로기화된 인식을 벗어나 문제를 보면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들 혹은 그간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들이 새롭게 보이게 될 것이고, 나아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지 못하게 했던 여러 힘들의 구조에 대해 질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본다.
과학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했던 토마스 쿤이 강조했듯이, 사람이 무엇을 보게 되는가는 그가 바라보는 대상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그가 어떤 시각 내지 개념적 틀을 교육받았는지에 달려있는 바가 크다. 태양과 지구의 움직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지만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해석으로부터 그 반대로의 전환이 가져온 결과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고도 하는 이 해석의 전환으로 인해 물체의 움직임에 대한 그간의 모든 진술은 달라져야 했고 , 사회의 제도들과 인간의 행위에 대한 의미 부여도 과거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행해지게 되었다.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기존의 지배적인 해석 틀 역시 달라져야 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법 역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필자는 믿는다.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사태를 개선하기보다는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데에는, 지역주의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기여한  바 크고, 그렇게 잘못 보도록 만드는 작위적인 힘의 작용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토마스 쿤의 개념대로라면, 그것은 사실을 변형되어 보이게 하는 ‘렌즈의 문제’이자 동시에 그렇게 봐야 한다고 가르치는 교과서의 기능처럼 일종의 ‘권위적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역주의 문제를 잘못 보게 만드는 렌즈는 바뀌어야 하고 권위적 힘의 실체는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우선 지역주의 문제를 그 기원으로부터 따져보기 위해 우선 오늘날처럼 영남이니 호남이니 하는 지역을 둘러싼 갈등의 구조가 언제 만들어졌고 그때의 지역주의는 대체 어떤 내용을 갖는 것인지부터 시작해보기로 하자. 이 문제는 이어지는 1장에서 다룬다.
지역주의는 언제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민주화 이전에 이미 지역주의는 유권자의 투표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점차 강화되었다는 기존의 설명은 얼마나 사실일까? 이에 대해서는 2장에서 다룬다.
3장에서는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와 정당들이 마주하였던 전략상황을 살펴본다. 당시를 지배했던 사회갈등은 무엇이었나? 정말로 지역주의가 유권자와 정당들의 전략적 선택을 압도하는 상황이었을까? 3장에서 우리는 ‘지역주의 단일 이슈가 지배하는 전략상황’이었다는 기존의 해석이 사실과 다른 허구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1987년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민의 참여에 의해 실현된 민주화와, 그해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적으로 매우 분절화된 결과 사이의 커다란 단절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역주의가 정말 민주주의냐 독재냐의 갈등보다 더 강력하게 유권자의 투표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때문에 망했다는 기존의 단순한 설명은 당시의 사태를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4장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출신 지역에 따른 투표성향의 차이는 변화가 어려운 것일까? 5장은 김대중 정부가 집권한 이후 치러진 2000년 총선 결과를 사례로 한국의 지역주의 문제가 갖는 특성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본다. 특히 경쟁하는 후보 사이에 이념, 세대, 경력 등의 차이가 큰 지역구에서는 출신 지역이라는 요인이 투표 결정과 별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은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역주의 때문에 한국 정치 망한다는 잘못된 설명은 그간 어떻게 지배적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한 설명을 필요로 하는 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민주화를 전후해 한국정치의 문제를 지역주의 때문으로 치환하고자 하는 욕구와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과 여기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세력이 있었고 또 그들이 강했다는 말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6장은 이 문제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본론을 통해 발전시키고자 했던 대안적 설명을 요약한다.

<결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




1.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역주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지를 다시 정리해보자. 우선 다른 나라와의 비교의 맥락에서 한국의 지역주의가 갖는 특징을 생각해 보자.
앞서도 강조했듯이, 한국의 지역주의는 미국과 같이 남부의 플랜테이션 농업부문과 동북부의 산업-금융부문 간의 경제적 이해대립 그리고 이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흑인노예를 둘러싼 인종문제에 기원을 두거나, 서구의 다문화 국가에서 발견되듯이 종교, 언어, 종족, 전통, 역사적 차이에 의해 구분되는 문화적 지역공동체의 존재로 환원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통치의 지역적 다원성을 특징으로 하는 봉건제의 경험이 없고, 고려 말 대몽항쟁 이후 지난 천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한 번도 자치나 분리를 지향하는 지역주의 운동이 없었다. 권위의 중앙집중화와 지방의 강권적 통합을 동반하면서 지역균열을 만들어냈던 서구의 근대 민족국가 성립 과정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는 근대 이전에 이미 강한 관료체제를 통해 민족의 실체적 요소들을 유지해왔으며, 긴 식민지배와 냉전체제에서 분단과 전쟁을 경험함으로써 지역을 단위로 한 정체성이 자극될 수 있는 역사적 계기를 갖지 못했다. 자율적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지역주의가 집단적 갈등 내지는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사례는 없으며, 지역주의 강령을 갖는 지역당이 존재한 적도 없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지역주의란 문화적 일체감을 공유하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충성심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지역주의 정당이란 이들 지역공동체의 이익과 열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조직으로서,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이 대개의 경우 소수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대안은 다수결 민주주의에 대한 거부의 내용을 갖게 된다. 가장 일반적인 대안은 분리 독립과 자치, 분권이며 그밖에도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주들에게 부여된 비토권, 스위스와 같이 정부형성에 소수정파도 공동통치자로 참여하는 협의체주의 등이 있다. 한국의 지역주의가 이런 다문화국가에서 볼 수 있는 지역주의와 매우 다른 성격과 내용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지역주의는 중앙을 향한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동원된다는 점에서 중앙의 권력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일반적인 지역주의와 다르고 때로 정권의 향배를 두고 격돌하는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누가 소외되고 누가 혜택 받는가를 다투는 여야균열의 다른 표현으로 나타날 때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문화국가들에서 대안으로 삼는 해결책을 빌려 올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한국의 지역주의는 어떤 문제이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해결해 가야할 문제인가? 이 책 맨 처음에서 이야기했던 지역주의에 관한 우리사회의 지배적 해석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진술을 상기하면서, 이 책의 본론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던 내용을 재정리해보자.

2.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지역주의를 영호남 갈등으로 이해하거나 혹은 이 때문에 자극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었다고 보면서, 모든 지역이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구를 배타적이고 맹목적으로 추구한다고 비난하곤 한다. 그럴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역을 말한다고 모두가 지역주의라고 비판될 수는 없다. 설령 지역연고와 같은 전통적 가치에 친화적인 의식과 관행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그 머릿속을 개조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일이다. 지역들이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개발혜택을 얻고자 하는 이기적 욕구를 갖는다고 이를 있어서는 안 될 지역주의라고 할 수 없다. 그 전에 가치에 대한 권위적 배분이 중앙집권적 정부에 의해 압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부터 문제 삼아야 하고, 정부의 예산분배 방법을 어떻게 합리화할지를 따져야지 뭔가 나쁜 것으로 가정되는 지역주의로 환원해서 책임을 돌릴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유해하고 민주적 가치에 상응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 모두 비판적 자세를 견지해야 할 지역주의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반호남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는 호남 출신에 대한 차별에 그 핵심이 있다. 반호남주의는 호남출신에 대해 거리감과 배타의 의식과 행위를 동반하면서 엘리트충원과 경제발전의 성과를 차별적으로 배분하고 소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호남이 동질적 투표행태를 통해 집단적 항의를 나타냈다고 해서 이를 지역주의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주류언론과 보수 세력들에 의해 동원되었던 ‘지팡이만 꽂으면 다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그래서 지배담론이라고 하는 거다.
호남의 소외의식이 있기 이전에 호남에 대한 차별이 선행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따라서 지역주의를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거나 지역 간 맹목적 대립으로 치환해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호남주의라고 부를 만한 유해한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반호남주의에 대해 일종의 거울이미지로서 과도한 피해의식이 만들어내는 지나침 같은 것이라 하겠다. 상대방의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그의 출신지역 때문에 그런 것으로 확대 해석하거나, 김대중 정부 시기 집권 세력 일부에서 당시 노동운동의 강한 정부 비판적 태도를 영남출신 노동운동 지도부 때문이라며 불평한 적이 있는 데 그런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태도 역시 잘못된 지역주의적 태도겠지만. 그러나 크게 보아 그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예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과장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3.
많은 사람들이 지역주의는 옛날부터 있었던 일이라 말하고, 이를 입증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많다. 정말 그럴까?  한국의 지역주의는 근대 이전 전통사회에서 존재했던 지역감정이나 지역정서, 지역편견의 연장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다. 1장에서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우리가 문제로 삼고 있는 지역주의는 근대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매우 근대적 현상이다. 근대 이후 언제였나? 박정희 정권 시대의 권위주의 산업화 과정에서였다. 이른바 영남정권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호남의 반대 때문인가? 아니다. 호남은 영남과 더불어 박정희 정권의 등장을 지지했던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1963년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에 대해 전북과 전남의 지지는 각각 54%, 62%였다.
그렇다면 박정희 시대 동안의 불균등 산업화가 낳은 개발격차와 엘리트 충원에서의 지역격차 때문인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라면 오히려 산업화의 수혜 지역인 영남과 그렇지 못한 나머지 지역의 갈등이 부각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박정희 정권 시기 권위주의 산업화의 공간적 특성과 지역주의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두 차원이 인과적으로 바로 연결될 수는 없다. 1970년대 후반 사회심리학자들의 조사 자료를 보면, 대체적으로 호남출신에 대해 여타 지역출신이 모두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대까지는 대개 월남한 이북출신들이 주로 편견의 대상이었는데, 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호남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호남에 대한 차별의식을 가장 강하게 가진 지역민은 영남이 아니라 충청과 서울경기 출신이었으며, 호남에 대해 가장 덜 거리감을 가졌고 또 호남출신이 가장 가깝게 생각했던 지역민은 영남이었다는 사실이다. 어찌된 일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산업화로 인한 도시로의 이주는 주로 수도권과 영남의 산업벨트가 중심이었는데 두 곳에서 생존과 정착, 취업, 소득을 둘러싼 하층의 이주민과 토착민 사이의 경쟁의 양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호남과 충청출신의 농촌 퇴출 인구가 집중되었다면, 영남의 산업벨트에는 같은 지역 농촌 인구의 내부이동이 주를 이루었다. 당연히 영남과 호남의 하층민 간의 경쟁의 계기는 약했다.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 권위주의 정권을 견제했던 야당이 크게 보아 호남출신의 DJ와 영남출신의 YS 세력의 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영호남간의 거리감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크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 이후였다. 잘 알다시피 그 이유는 민주화를 이끌었던 야당의 두 정치엘리트 YS와 DJ가 서로 다른 정당으로 분열하여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에서 경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호남 사이의 거리감 내지 투표패턴의 상이함은 상호지역민이 갖는 본래의 지역감정 때문이 아니라 민주화 직후 야당의 분열이 만들어낸 정당체제의 구조를 반영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선거연구자 중에는 영호남 지역민 사이의 배타적 거리감이 투표행태를 결정지었다는 기가 찬 분석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호남사람이 미워서 그 반대로 투표하고 영남사람이 미워서 그 반대로 투표한다고 생각하는 발상을 연구란 이름으로 합리화해버린 것이다. 그러니 어느 문학평론가가 한국정치를 ‘경상도 전라도 나뉘어서 서로 욕지거리만 해대는’ 것으로 묘사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본다면 1987년 선거 당시 YS가 야당의 단일후보가 되었어도 호남은 그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고 상상해야 하고, 영남출신 노무현이 90%를 상회하는 호남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4.
한국 지역주의 문제의 핵심을 반호남주의라고 할 때, 그것을 단순히 주관적인 감정과 편견의 문제로 이해한다면 잘못이다. 호남출신의 기질이 어쩌니 하는 편견이 만들어지고 확대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매우 강력한 냉전반공주의의 이념적 환경과 오랜 권위주의 통치하에서 이루어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만들어낸 척박한 생활세계의 한 단면일 뿐, 그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반호남주의가 자원분배를 인위적으로 차별적이게 만들고 지배의 한 수단으로 기능한 것은 지역민의 생활세계가 아닌 정치체제의 성격 때문이었다. 그 기원은 1972년의 유신체제였다.
1971년 대통령 선거는 한국의 선거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호남출신의 김대중과 영남출신의 박정희가 경쟁한 지역주의 선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으나, 앞에서도 강조했듯 이는 사실과 다르다. DJ는 사쿠라 정당이니 ‘충성스런 야당’이니 하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며 박정희정권의 권위주의적 근간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대중경제를 주장했고, 향토예비군 폐지를 공약했으며, 중앙정보부를 국회 심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적대적 남북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 강대국이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가져온 반향은 엄청났다.
DJ가 그 이전 같은 당의 윤보선 후보보다 득표율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전남, 그리고 다름 아닌 부산이었다. 부산에서 DJ는 42.6%를 득표하였는데, 이는 이전 선거에서 윤보선이 얻은 것보다 11%가 많은 표였다. 대구에서도 이전보다 8.8% 더 득표했다. DJ가 고전한 지역은 영남이 아니라 충청, 경기, 강원이었다. 결국 전남에서만 10만 표 이상의 무효표가 나올 정도의 부정선거에 힘입어 박정희가 96만표 차로 승리했지만, 이로써 박정권이 분명히 인식하게 된 것이 있다. 더 이상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서는 재집권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결과는 유신이었다.
유신체제가 정상적 통치의 방법을 넘어선 극단적 권위주의체제였던 만큼, 전보다 더 비정상적인 수단이 필요했다. 긴급조치로 대표되는 억압과 통제는 기본이었고 반공주의는 더욱 노골화되었으며, 반대세력을 분열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호남에 대한 편견을 동원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졌다. 권위주의와 그 재생산에 이해관계를 갖는 상층집단들 역시 이러한 욕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다. 그 결과 정부의 고위직, 재벌기업의 상층관리직 등에서 호남출신의 비율은 크게 줄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호남출신에 대한 편견과 허위의식은 의식적으로 조장되었다. 1979년 부마항쟁과 달리 1980년 광주에서의 항쟁과 비극적 사태가 지역주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고, 호남에 급진주의의 이미지를 덧붙이고자 하는 담론들이 작위적으로 동원된 것도 같은 메커니즘이었다.
따라서 상식세계에 존재하는 호남과 호남인의 기질을 말하고 옛날에도 그런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강변한다 해도, 그것은 인위적으로 동원되고 작위적으로 부각된 결과일 뿐, 사실이 아니다. 문제의 진정한 핵심은 권위주의의 재생산이든 기득권의 방어든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욕구를 실현하는 데 반호남주의의 이데올로기 효과를 필요로 하는 체제와 세력이 존재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다. 이를 말하지 않고 사람들이 호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수백 번 여론조사하고, 영호남간의 화합과 단결을 수천 번 강조해도, 그건 우리사회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이데올로기화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그렇다면 지역주의를 이데올로기화 한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것인가?

5.
반호남주의가 직접적으로 호남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언어로 표출된다거나 혹은 그렇게 노골적인 방식으로 지배의 욕구를 실현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모름지기 어떤 이데올로기든 권력효과를 갖기 위해선 나름대로 ‘보편의 옷’을 걸쳐야 하기 때문이다. 1987년 대선 직전 지역주의의 망국적 행태를 비판하는 다음의 인용을 보자.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치고, 심지어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러다가는 나라꼴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개탄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지역감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에 와서 지역감정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으며)…어느 쪽이 먼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은 서로 꼬리를 물고 상대방을 자극해서 악순환의 고리에 불을 댕길 것이며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 어떤 폭력적 양상으로까지 발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같은 시기에 주장된 또 다른 인용을 보자. “오늘의 상황이 어쩌면 적어도 외견상 1980년 4-5월의 상황과 그렇게 비슷하게 돌아가는지 기분 나쁠 정도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에의 꿈을 버리지 않고, 오로지 매진하는 [그때 그 사람들의 지금 모습]인지도 모른다…3김씨의 80년 재연을 덮어놓고 사시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 …두 김씨의 이름이 결코 우리 정치의 마법이 아니고 두 사람 아니면 우리는 일어서지도 못할 것 같은 맹신이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사람의 추종자들이 깨닫도록 하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지금이나 그때나 지역감정은 심각했고 그래서 이처럼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위 인용문은 “지역감정”, “돌아온 3K"란 제목으로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쓴 칼럼 내용의 일부이다. 6장에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당시 [조선일보]가 지역주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당체제이다. 이는 3김이라고 하는 지역지배 엘리트가 유권자의 지역감정을 경쟁적으로 자극하여 만들어낸 지역할거주의의 내용을 갖는다. 지역주의는 출신지역이 동일한 정치엘리트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전근대적 의식행태로 유권자의 정치적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3김은 유권자의 지역주의를 볼모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따라서 지역당체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구 정치엘리트의 퇴출과 함께 유권자의 탈지역주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리에는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 민주화에 대한 기대나 고민은커녕 민주화한다고 해서 결국 지역주의의 혼란만 있지 않느냐 하는 식이고, 야당 지도자들은 추종해봤자 지역감정만 자극할 것이고 그들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지 않았느냐 하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지역주의 문제는 권위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추종하는 양김의 문제가 된다. 광주와 호남이 적극적인 정치참여의 욕구를 표현한 것을 맹목적 지역감정이라 말할 때, 이 논리 안에서 5공화국과 전두환, 노태우의 책임 문제는 모두 사라진다. 나아가 정치의 방법을 통한 민주화의 길을 비관적으로 조망하게 함으로써 반권위주의 연합전선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낳았다. 지역주의를 이렇게 보고 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하면 그건 결국 양김 내지 3김이 아닌 노태우 후보의 당선 즉 권위주의 정당이 재집권하는 대안을 추천하는 것이 된다. 야당의 집권을 싫어할 수 있고 노태우의 당선을 바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위한 알리바이를 지역감정 때문이라 말한다면 확실히 인과적으로 전도된 생각이라 할 수 있는데, 당시 조선일보만큼 이를 잘 보여준 사례는 찾기 힘들다.
물론, 지역주의 망국론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이러한 논리가 비단 [조선일보]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주류언론 전체가 [조선일보]의 뒤를 따랐다. 우리사회 기득집단과 그 이데올로그들도 민주화이후 선거 때마다 망국적 지역주의를 앞세웠다. 제도권 지식인들도 대부분 그랬고, 선거 및 정당을 전공하는 정치학자들의 분석도 ‘여전히 지역주의’라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불행하게도 지역주의에 대한 이러한 해석의 틀을 수용하고 재생산한 것은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했던 많은 재야세력과 진보파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민중당이 있다. 1992년 총선에서 좌절을 경험한 이후 김문수, 이재오, 이우재 등 민중당 지도부 대부분은 망국적 지역주의 극복과 3김청산을 내세우며 권위주의 후계세력인 신한국당에 참여했다. 극좌에서 극우로 이동하는 데 망국적 지역주의 극복만큼 좋은 알리바이 담론은 없었다. 또 다른 예는 제3의 정당을 모색하고자 했던 재야정치세력이다. 시민운동의 대표적인 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한 [정치개혁시민연대], 홍성우를 비롯해 장을병, 서경석, 장기표 등이 참여했던 [개혁신당], 그밖에 여러 정치지향 재야세력은 통합민주당으로 결집하여 1996년 총선에 참여했으나 참패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지역주의와 3김정치에서 찾았다. 이듬해 대선을 위해 [국민통합추진회의]란 이름으로 다시 세력을 결집한 이들은 “오늘의 정치현실은 망국적인 지역할거주의에 기초한 맹주정치와 붕당정치로써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며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홍성우, 이철 등이 차기 후보로 영입하려 했던 이회창은 한나라당에 입당해 버렸다. 제정구, 원혜영, 유인태 등이 옹립하려 했던 조순은 선거 막바지에 “지역주의 극복, 3김시대 청산”을 이유로 이회창 지지를 선언했다. 재야출신의 이부영, 김원웅, 홍성우, 제정구, 이철, 박계동 등 역시 동일한 이유를 내세우며 뒤따라 한나라당으로 가버렸다. 남은 세력 중 장을병 등 일부는 이인제 후보에게로 갔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김원기와 노무현만이 최종 순간 DJ 진영에 합류했다.
지역주의 망국론은 이처럼 주류언론, 보수파의 이데올로그 지식인, 학자, 전문가, 마지막으로 여기에 재야출신 정치지향세력이 가세하면서 확산되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한국정치의 갈등과 대립이 지역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정당은 대개 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 유권자는 이들에 의해 이용당해 지역주의 투표를 한다는 주장이 아무렇게나 개진되게 되었다. 누구도 이런 엄청난 주장을 따져 물으려 하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것이다. 지역주의가 영호남을 넘어 모든 지역을 지배하는 망국적인 문제로 정의될 때, 당연히 가장 응집적인 지역주의 문제 지역은 호남이 된다. 요컨대 ‘지팡이’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나는 지역, 혹은 차별과 소외를 ‘한’으로 푸는 지역이란 해석은, 망국적 지역주의론의 다른 짝인 것이다.  
1997년 DJ가 집권하고 노무현이 호남의 지지에 힘입어 후보가 되고 대통령도 되면서 지역주의 망국론은 잠잠해지고 사라진 듯했다. 지역주의에 온 몸으로 맞서 싸웠다고 말하는 정치인 노무현이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고, 대표적인 지역주의 정당이라고 비판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주도의 탄핵사태가 오히려 대통령과 집권당이 대다수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얻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반부패와 반지역주의를 모토로 기존의 집권당을 해체하고 만든 열린우리당이 민주화이후 최초로 총선에서 과반수를 획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역주의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주장을 했다면 정말 이상했을 것이다.
취임 초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유권자를 민주주의의 승리를 가져온 ‘위대한 국민’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모든 것은 국민의 뜻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전국을 덮고, 열린우리당이 압승하고, 그야말로 잘 나갈 때야 모두들 위대한 시민을 찬양했다. 그런데 2005년 들어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대연정이 제안되면서 담론은 급격히 달라졌다. 갑작스럽게 한국의 시민들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유권자’로 호명되었고, 지도자의 결단이 역사를 이끄는 데 따라야 하는 존재로 정의되기 시작했다. 어제의 위대한 시민은 하루아침에 지역주의 투표나 하는 비이성적 존재로 야단맞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갑자기 망국적 지역주의가 시민들 사이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 그랬을까?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은 시민이나 유권자들 속에 있는 지역주의가 아니라, 모든 문제를 지역주의로 설명하면서 상황의 어려움을 지역주의 때문으로 합리화하려는 집권세력의 욕구에 있었다. 지역주의가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화된 지역주의 지배담론이 또다시 불러들여진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늘 이런 방식으로 이용되고 동원되고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6.
반호남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지역주의의 지배적 성격과 그것이 망국적 지역주의론으로 변형되어 발휘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강조하고, 따라서 한국정치를 지역주의로 몰아붙이는 대책 없는 논리를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했지만, 그래도 지역주의는 있는 것 아니냐고 반론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 근거로 지역별로 표의 큰 편차가 존재한다는 사실, 특정 지역이 특정 정당에 의해 독점적으로 대표되는 선거결과의 문제를 들 것이다. 요컨대 적어도 표의 지역별 편차만큼 지역주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5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선거결과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대표성의 함수이다. 하나는 계층이나 이념적 차이를 중심으로 한 것으로 정치학에서는 ‘기능적 대표체제’라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과 지역, 중심과 주변의 차이가 표출되는 것으로 ‘지리적 대표체제’라고 부른다. 이 두 대표의 양식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전자가 표의 지리적 편차를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면 후자는 표의 계층적 차이를 동질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갈등에 바탕을 둔 정당이론을 대표하는 정치학자 샤츠쉬나이더(E. E. Schattschneider)의 설명은 단호하다. 선거결과로 나타난 표의 지역적 편차는 지역주의의 결과가 아니라 기능이익에 기반을 둔 갈등의 사회화가 억압되는 정도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현대 정당이론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는 사르토리(G. Sartori) 역시 지리적 대표성에 기반 한 정당체제 분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요구를 거절하면서, 표가 지리적으로 큰 편차가 생기는 것은 정당체제의 이념적 범위가 협소할 때 나타나는 일종의 부수현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당간 이념적 거리가 분명해지는 이슈가 등장할 때 표의 지역적 응집성은 “불가피하게 분해의 압박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유럽과는 달리 노동에 기반을 둔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 미국이나, 보수당과 노동당의 이념적 차이가 크게 줄어든 블레어 시대의 영국 선거가 지역적으로 표의 분포가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물론 기능적 대표성이 완전에 가까운 정도로 실현된다 해도 표의 지역적 편차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표의 지역적 편차를 가져오는 변수는 매우 많다. 정당들이 어떤 이슈나 갈등을 중심으로 경쟁하느냐도 중요하고, 지역별 산업구조나 계층구성도 중요하고, 선거제도도 중요하고, 정부정책이 지역별로 어떤 분배효과를 낳았는지도 중요하고, 해당사회의 이데올로기적 환경도 중요하고, 정당의 전략과 후보자의 개인변수도 중요하다. 어느 사회든 이 모든 변수들이 지역마다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국이 똑같은 투표행태를 보일 수는 없다. 따라서 아무리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도 어느 지역은 어느 정당이 강하다는 설명을 하고 또 듣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은 규범적 판단의 기준으로서 모든 지역에서 표의 분포가 동일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중앙정부의 자원배분 능력이 크고, 주요 정당의 이념적 분포가 협소하고 계층적 기반의 차이도 약하며, 정치엘리트의 집단적 결속에 있어서 학연이나 지연과 같은 1차적 유대가 크게 작용하고, 주류언론이나 거대재벌과 같이 권위주의 구체제의 영향력도 강한 분단국가에서 표의 분포가 동질적이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신화에 가깝다. 이런 사회 구조에서는 못 배우고 못 가진 하층에 대해 배제하고 차별하는 지배자적 심리구조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어떤 집단이든 이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그에 대한 배타적 낙인과 편견은 얼마든지 작위적으로 만들어지고 동원된다. 과거 4.3 이후 제주가 그랬고, 호남이 그랬으며, 지금은 같은 피를 나눴다고 하는 조선족이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차별받는 운명이 되었다. 따라서 지역이나 출신과 같은 1차적 유대가 정치적으로 동원되는 구조나 조건을 문제 삼지 않고 선거 결과의 지역적 차이를 무작정 지역주의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사태를 왜하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
요컨대 지역적으로 크게 분절화된 한국의 선거 결과는 - 수도권으로 초집중화된 사회구조, 국가권력과의 거리에 의해서 과도하게 좌우되는 가치의 분배구조, 소수의 집단이 사회 여러 부분의 혜택을 독점하는 동심원적 엘리트카르텔구조, 좁은 이념적 범위 안에서 조직되고  계층적 차이에 의해 차별화되지 못한 보수독점적 정당체제, 이런 구조와 조건에서 만들어진 하층배제적 사회문화 등등 -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권위구조와 기능적 대표체제의 문제가 변화되고 서서히 개선될 문제로 이해되어야지, 뭔가 한국의 유권자와 정당을 사로잡는 지역주의적 욕구 때문이라며 화만 내고 정작 개혁해야 할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할 일이 아니다.

7.
문제를 지역주의적 해석의 틀로 치환해서 보지 말자는 것을 쉬지 않고 말해왔지만, 좀 다른 관점에서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접근 방법이 지나치게 지역주의의 폐해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호남에 대한 불이익과 차별이 외형적으로는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호남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많은 사회구성원들의 의식 속에 호남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진실을 반영한다. 고정관념이든 편견이든 일단 형성된 이후에는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강조해 온 사실이다. 사회 인류학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런 일은 공동체로부터 배제당하는 경험인데, 이 점에서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지역의 상처는 계급적 차이로 인한 상처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노동계급이나 사회하층 역시 차별받고 배제되지만 그래도 이들은 사회변혁의 담지자 내지 보편계급으로 위안 받을 수 있는 이론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서 인간은 계급이라는 기능적 구조물 위에서 살고 동시에 지역이라는 공간적 기초위에서 태어나서 생활하다 죽는다. 계급으로만 살아서는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지역의 차이가 유해한 갈등을 만들고 때로 비합리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지역과의 공간적 유대 없이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역과 관련된 주관적 인식이나 객관적 정보가 과도하게 정치화되고 말 되어지는 것조차 비난받고 금기시되게 된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계급의 문제를 과도할 정도로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진보파들이 보이는 반지역적 성향 내지 지역과 계급을 대립시켜 전자를 퇴영적인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 역시 잘못이 아닐 수 없다. 계층적 차이와 불평등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자세가 진정성을 갖는 것이라면 그보다 심리적인 상처로는 덜하지 않는 지역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비타협적일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를 반호남 지역주의에 지배되는 사회로까지 과장하는 것조차 허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호남의 역사적 한’, ‘고려(혹은 삼국시대)이후의 중심-주변관계의 연장’ 등 지역주의의 역사적 연원을 강조하거나, ‘구조화된 지역대립구조’, ‘지역지배체제’ 등 지역주의의 사회적 기초를 과도하게 강조해온 논리나 주장에 대해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호남의 피해의식을 이용해 지역기반을 독점하려는 정치세력의 전략적 이해에 기여할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적으로 개입하거나 사회적 의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인간 행위의 외면적 결과이지 그 내면까지는 아니다. 적어도 정치적 차원에 국한해 본다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10년의 민주정부는 호남의 선택이 만들었고, 그것으로써 반호남 지역주의는 더 이상 한국정치가 해결해야 할 중심 문제의 지위는 벗어났다고 보아야 하고, 적어도 그 이후의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나 도전 세력에게 가혹한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적 차별의 구조 일반으로 문제의식을 넓히는 데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부당한 배제와 차별의 구조로부터 이득을 얻는 집단들은 저항 연합의 최대화를 억제하기 위해 언제든 지역이나 출신, 성, 연령 등 1차적 요인들을 불러들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과 관련된 특성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그런 지역성을 작위적으로 동원하고 불러들이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문제라고 이해해야만, 호남차별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과 한국 사회의 민주적 발전이 병행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호남차별의 지역주의가 갖는 여러 잔존효과는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국가, 정당체제, 시민사회로 확대되고 생활세계로 넘쳐흐르는 효과를 통해 해소되는 다소 긴 시간의 변화를 거쳐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해야 할 문제이지, 거꾸로 전도된 저항적 지역주의론 내지 또 다른 형태의 지역주의 환원론으로 다시 부추기고 자극할 일까지는 아닌 것이다.

8.
지역주의는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것이라고, 필자는 늘 생각해 왔다. 따라서 누군가의 정치학 실력을 가늠해보고자 할 때마다 필자 나름대로는 그가 지역주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예민하게 살펴보곤 한다. 지역주의가 민주화이후 한국정치의 중대 이슈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정치경제적 기반 내지 이데올로기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한국정치는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지역주의적 해석 틀로 한국 정치를 들여다보는 기존의 접근과는 달리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어떤 문제들이 지역주의를 불러들이고 있는지를 먼저 질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주의 때문’이 아니라 ‘지역주의로 귀결되게 된 민주화이후 한국정치의 구조와 조건’을 더 많이 탐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럴 때만이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제대로 주목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결과적으로 지역이 중심이 되는 정치적 갈등 역시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합리적 전망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지역주의 문제는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자체 현실을 못 보게 만드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한국 정치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기도 한 것인데, 이제 선택은 독자 여러분에게 남겨져 있다. 지역주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그간 독자 여러분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는가? 문제를 달리 보면 잘못은 지역주의가 아니라, 지역주의라는 폐해를 만들어 낸 특정의 구조와 메커니즘이 우리가 해결해 가야 할 질곡이란 것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어떤 지역, 어떤 지역주의가 옳으냐를 두고 갈라서 다투기보다는 보다 폭넓은 공동 행동을 통해 우리가 노력을 집중해야 할 과제가 더욱 선명하게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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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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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ica watch comes with two types like with one two of diamond http://www.replicamen.com/tag_heuer-watches.html tag heuer or two rows of diamond or circular single bracelet with 7 exclusive diamond pieces studded on the bracelet http://www.replicamen.com/cartier-watches.html cartier The dial color of this replica watch is white and the clasp comes with double lock facility The markings are authentic and the Chopard logo is embossed on the back of this beautiful replica watch http://www.replicamen.com/jewelry-watches.html Chopard Happy Diamonds Sport Square is a beautiful sports model ladies replica watch with diamond studded in the face dial http://www.replicamen.com/breguet-watches.html http://www.replicamen.com/breitling-watches.html 2010-07-24
12: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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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limited numbers of styles released time to time play their own part in further popularizing the brand http://www.handbagsmine.com/fake-louis-vuitton-handbags.html One example is the Prada Crocodile Clutch that was launched for an incredible 8990 and yet found enough buyers That is because some die hard fans of a particular brand do not mind making any payment to purchase their favorite brand and go all out to possess them http://www.handbagsmine.com/fake-louis-vuitton-men-bags.html http://www.handbagsmine.com/fake-louis-vuitton-handbags.html http://www.handbagsmine.com/fake-louis-vuitton-men-bags.html Prada uses a number of materials for their products http://www.handbagsmine.com/fake-louis-vuitton-travel.html but the most prominent among them is leather and the striking black nylon that they used 2010-07-20
16: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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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ga
The well-designed screw down crown has a waterproof rubber covering http://www.replicamen.com/tag_heuer-watches.html The accurate markings all over the watch will surely attract anyone's attention Rolex Explorer II Replica Watch SKU379 The Rolex Explorer II SKU379 is again one of the five most desirable replica watches at present This best selling replica watch has cubic Zirconia diamonds fitted in itself only to escalate the elegance to an altogether different stratum http://www.replicamen.com/movado-watches.html http://www.replicamen.com watches The stainless steel built case is 40 mm long and the genuine Japanese quartz http://www.replicamen.com/ferrari-watches.html http://www.replicamen.com/cartier-watches.html cartier 2010-07-19
11: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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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es
solar zenith in this place are engraved on the ring such as 12 http://www.watchesday.net/omega-watches.html http://www.watchesday.net http://www.watchesday.net 36 for Geneva http://www.watchesday.net/omega-watches.html http://www.watchesday.net/cartier-watches.html The ring also bears a graduated scale running from 15 to + 15 minutes The zero point of the graduation is located exactly at the mean solar culmination time in the chosen place The equation of time hand continuously displays the difference between 2010-07-12
01: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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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형
미국, 샤츠슈나이더 관련해서 질문인데요,

책 앞부분에서 한국의 지역주의와 미국의 섹셔널리즘은

전자가 상부구조 문제인데 반해, 후자는 지역의 경제적 부문이익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하셨는데,

뒤에 보면 미국의 지역정당체제 역시 기능적, 이념적 대표성이 협애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한국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이게 모순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해서 좀 헷갈리네요.

좀 더 높은 추상수준에서 보면 둘 다 상부구조의 문제로,

정치가 독립변수로 작용할 때의 문제로 이해되는데...

사실 저는 호남이냐, 영남이냐 혹은 최근들어 전국정당이냐 호남의 개혁성이냐

이렇게 민주당 사람들이 싸우는 걸 보면서

늘 뉴딜연합과 그에 따른 미국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생각하곤 했거든요.

서로 다르다고 것으로 다르다고 하고,, 앞부분
2009-05-11
19: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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