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인민주권] 제목과 관련하여

2008-10-27 18:11:04, Hit : 4402

작성자 : 박상훈
- 독자들이 편견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인민]이라는 표현을 바꾸는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 역자를 포함해 논의를 한 결과, 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해 원안대로 가기로 했다. 그 과정을 간략히 정리한다.

- 샤츠슈나이더 책 Semisovereign People의 한글본 제목을 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초점이 된 것은 두가지였다. 첫째는 [semi]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둘째는 [people]의 번역어를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 이 책에서 [semi]는 두가지 중의적 의미 맥락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정치학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이라 할 다원주의적 민주주의관 -사적 이익의 다원적 경합의 균형점에서 공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민주주의 체제-이 갖는 상층편향성 내지 인민주권의 제한성을 비판적으로 강조하는 차원이다. 민주주의적 개인과 그 이익의 집합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에 기반을 둔 것이며 따라서 (사회)갈등을 둘러싼 (정치)갈등의 체제가 보다 넒은 사회적 기반을 갖는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둘째는 민주주의의 고전적 정의인 [인민의 통치] 즉 주권자의 직접 통치를 이념형적으로 지향하는 민주주의관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와 무관한 것이며, 하나의 허구 내지 허상이라고 비판하는 차원이다. 민주주의는 인민이 통치자가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민이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통치자를 뽑는 과정에 있으며, 따라서 현실의 민주주의는 통치자가 될 수 없는 인민이 어떻게 정치조직, 리더십, 책임성의 요소를 통해 실질적으로 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데 있다는 것이다. 고전적 민주주의론, 고전적 인민주권론에 대해 저자는 현대적 인민주권 내지 현대 민주주의론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고전적 민주주의 내지 고전적 인민주권은 실천될 수 없다고 본다는 점에서 실천가능한 실재의 민주주의론을 이론화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semi]를 [절반의]라는 중의적 의미로 표현했다.

- people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의 문제 역시 매우 중요했다. 분명 우리말 가운데 이에 가장 가까운 말은 [인민]이라는 용어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현대사를 거치면서 한국사회에서는 일정한 이념적 편향성을 갖는 말이 되었다. 북한의 인민과 남한의 민중으로의 분기는 어느 정도 사실성을 갖는 것이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이념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을 정면으로 돌파해 원래의 의미를 복원하겠다는 '전위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반 대중을 의미하는 서술적 맥락에서는 인민이란 말을 일반 대중, 보통 시민, 사회구성원 등으로 옮겼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민주권], 그리고 민주주의의 고전적 정의를 뜻하는 [인민의 통치], [인민의 지배] 등 이미 어느 정도 굳어진 개념어의 경우는 그대로 두었다. 이를 국민주권이나 시민주권, 혹은 시민의 통치나 시민의 지배로 옮기는 것은 그 자체 더 큰 의미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 [절반의 인민주권]이란 번역이 탄생한 맥락은 이상과 같다. 물론 이 번역이 최상인지는 더 살펴볼 여기가 많고,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사후에 발견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좀 더 논의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주에 제작에 들어간다는 '결정'도 중요하다고 본다. 향후 언젠가 지금의 제목 결정에 대해 그것이 최선이 아닌 이유를 보게 된다 하더라도, 어쩌면 그건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조건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의미, 즉 "민주주의는 실수할 수 있는 인간들을 위한 결정방식"의 가치를 잘 실현했다고 자부해도 좋다고 본다.

- 이로써 더 좋은 번역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


박상훈
[보통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를 검토해 보았으나, 의미를 지나치게 평범하게 하는 문제가 있고 영어 원문과 거리가 커서, .
[절반의 주권]는 여성 문제의 느낌을 주는 점 때문에
[제한된 주권.....] 은 브레즈네프의 제한주권론을 연상시켜서,
등등의 이유로 기각
2008-10-27
22: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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