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은 누가 주냐

2008-10-07 16:11:06, Hit : 4624

작성자 : 박미경
제목 없음

"개밥은 누가 주냐

 

 

얼마전 우리 영업자 박경춘대리, 어느 인터넷서점의 기획이라며 편집자들의 후일담과 함께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 글을 써달란다. 단 200자 내외의 분량. 띄어쓰기를 포함하면 35개에서 40개 사이의 단어로 파란만장했던 소금꽃나무 편집 과정의 후일담을 써내라는 거다. 그래. 경춘의 부탁인데 뭐... 좀 길어져도 유능한 우리의 영업자가 알아서 해주리라 기대하면서, 그래도 제시된 옵션을 지켜주면 좋겠지.... 글 잘쓰는 사람들은 짧은 글에서 더 큰 울림을 준다는데.... 이런, 내가 잘 쓰고 싶은 욕심까지 부리는겨?... 저런 저런....

결과는 618자.... 어쩌냔 말이지요. 미안하다 경춘.... 그냥 들이밀었는데, 야속한 박대리 가차없이 줄이란다. 그동안 내가 필자들에게 식은죽 먹듯 남발했던 "조금만 줄여 주세요"가 이렇게 내게 되갚을줄이야. 제게 그 끔찍한 말을 들어야만 했던 모든 필자 선생님들! 저 정말 몰랐어요. 그 말이 그렇게 고약하게 들리는지 말이지요. 어쨌든 이쁜 박대리 때문인지 인터넷서점과 출판사 종사자의 관계에서 오는 약자의 속성인지 고분고분 그러마고 하기는 했는데..푸~~~ 암튼 줄였다. 물론 많이 못줄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뭘썼는지 원.... 대체 모르겠더라. 나중에라도 인터넷서점에 오른 그 알수 없는 글을 읽을 분들에게 변명거리라도 될까하는 마음에 처음에 쓴 '길디긴' 600자 짜리 후일담을 공개하기로 한다.

 

 

초가을 햇빛이 쨍쨍하던 지난 9월 초, 복잡한 심사 털어내자며 강화도를 향해 나섰다가 내친김에 『소금꽃나무』에 실린 “차부상회 민근부의 고백”의 주인공을 찾았다. 파스나 멀미약, 모기향을 팔며 ‘약사님’이라 불러주면 더 친절하다는 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은 그이의 인생이 애달파 가출도 못하냐 하니 “개밥은 누가 주냐?” 되묻더라는 이. “내가 니헌테 죄진 거 있다”며, 전교조 출범 당시 뼛골 빠지게 뒷바라지해 인천으로 유학 보낸 딸내미네 학교 선생들 공부 안 가르치고 데모하는 거 말리러 갔었다는 이야길 10년 지난 어느 날 울면서 고백했다던 그이.

“안녕하세요. 저…… 동생분이 내신 책…… 그 책 만든 출판사에서 왔어요”

“아이구 무슨 일들이시랴. 여기 꺼정…… 얘길 안 해서 얼마 전에야 알았지 뭐유, 내가 막 뭐라 했지…… 이리들 앉아요.”

“진숙이가 많이 힘들텐데…… 추석 때 온답디다. 추석 때 놀러들 와요”

외포리를 떠나며 민근부 여사의 동생에게 보낸 문자에 답장이 왔다.

‘모질게 더웠을 텐데 잘 지내던가요?’

 

 

 

이 책이 힘겹다고 엄살떠는 이들은 덮으시라. 이 책은 소금땀 흘리흘리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헌사다. 이것이 국방부 불온도서 목록의 반열에 당당하게 오른 이 책의 진실이다.

 

- 박미경 편집자



끄로
강화도에 들를 곳이 하나 더 생겼네요... ^^ 2008-10-08
13: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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