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도 이야기

2011-01-06 15:54:27, Hit : 4587

작성자 : 펀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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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호 열사의 평전을 마무리하며, 책 말미에 김진숙 지도위원의 추도사를 실어도 되는지를 문의해 달라며 담당 편집자에게 확인 전화를 맡겼습니다. 저 역시 김지도에게 또 다른 이유로 보내야 할 메일이 한 통 있어 그리했던 것인데... 연말부터 보낸다 보낸다 하며, 오전에 한 번씩 메일을 쓰다가도, 한진 중공업에서 다시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원고를 청탁하는 메일을 보내기가 면구스러워 주저했습니다.

오늘 아침 소한 추위에 털옷에 달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사무실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마무리하지 못한 메일을 다시 시작하려다 ... 그만,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크레인에 올라갔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역시, 나쁜 예감은 늘 맞나 봅니다. 멀리서 찍은 사진 위에 김진숙 지도위원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네요.

김지도 출판 기념회가 있던 날, 오랜만에 김지도를 위해 달려오신 여러 분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간에, 누군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어느날 김 지도위원의 집으로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가 배달되어 왔다는데, 그 고지서에는 금액이 0원으로 찍혀 있더랍니다. 김주익 열사가 목을 맨 2003년 이후, 한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지낸다고 하더군요. 난방은커녕 ...... 그럼, 식사는 도대체 어떻게 하셨다는 건지 ....

김지도가 지난 일요일, 방에 온기를 들여 놓았다고 합니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아래는, 85호 타워크레인에 올라가기 전, 황이라 동지에게 남기고 간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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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편지] "새해 첫 출근 남편에 이불 싸준 마누라 심정 헤아려야"


1월 3일 아침, 침낭도 아니고 이불을 들고 출근하시는 아저씨를 봤습니다.
새해 첫 출근날 노숙농성을 해야 하는 아저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겨울 시청광장 찬바닥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가장에게 이불보따리를 싸줬던 마누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살고 싶은 겁니다. 다들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고 싶은 겁니다.

지난 2월 26일, 구조조정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후 한진에선 3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짤렸고, 설계실이 폐쇄됐고, 울산공장이 폐쇄됐고, 다대포도 곧 그럴 것이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강제휴직 당했습니다.

명퇴압박에 시달리던 박범수, 손규열 두 분이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400명을 또 짜르겠답니다. 하청까지 천명이 넘게 짤리겠지요. 흑자기업 한진중공업에서 채 1년도 안된 시간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그 파리 목숨들을 안주삼아 회장님과 아드님은 배당금 176억으로 질펀한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정리해고 발표 다음 날. 2003년에도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기는 바람에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스물한살에 입사한 이후 한진과 참 질긴 악연을 이어왔습니다.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 오고,
수배생활 5년하고, 부산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고, 청춘이 그렇게 흘러가고 쉰 두 살이 됐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생각했는데 가장 큰 고비가 남았네요.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결단을 앞두고 가장 많이 번민했습니다. 85호 크레인의 의미를 알기에…
지난 1년. 앉아도 바늘방석이었고 누워도 가시이불이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앉아야 했던 불면의 밤들.
이렇게 조합원들 짤려나가는 거 눈뜨고 볼 수만은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 조합원들 운명이 뻔한데 앉아서 당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정면으로 붙어야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한진조합원들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우리 조합원들 지킬 겁니다.
쌍용차는 옥쇄파업 때문에 분열된 게 아니라 명단이 발표되고 난 이후
산자 죽은자로 갈라져 투쟁이 힘들어진 겁니다.

지난 일요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보일러를 켰습니다.
양말을 신고도 발이 시려웠는데 바닥이 참 따뜻했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을 두고 나서는 일도 이리 막막하고 아까운데
주익 씨는… 재규 형은 얼마나 밟히는 것도 많고 아까운 것도 많았을까요.
목이 메이게 부르고 또 불러보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김진숙 올림

                                                 * * *

* 이 편지글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6일 새벽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35미터 높이의 85호 크레인에 오르며 황이라 부산본부 상담부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오전 5시 40분께 황 부장에게 “책상 위에 편지글이 있다”는 문자를 보냈으며, 앞서 그는 오전 3시경 홀로 크레인에 올랐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1981년 10월 1일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의 옛 이름)에 입사해 선대조립과에서 용접 일을 했으며, 지난 86년 7월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명예실추, 상사명령 불복종’ 등의 이유로 해고됐으며, 지난 2009년 11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해고 부당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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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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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ie
Knokecd my socks off with knowledge! 2011-11-30
18: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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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아직까진 잘 지냅니다^^ 부산도 날씨가 꽤 차네요. 감기조심하시고 어쨌든 잘 버팁시다"
1월 1일 낮에 김지도로부터 받은 문자입니다.....'아직까진'에 이렇듯 무거운 의미가 담겨있었군요.
2011-01-06
21: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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