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통신
2013년 11월호


지난 8일 『광신』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책이라는 매개로 작은 공간에서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몇 시간동안 같은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고민하는 열띤 시간이었습니다. 책 읽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책 이야기하기. 그래서인지 이달에 만난 '길담서원'이 서점의 역할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사람을 모으고 책을 함께 읽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달은 어느 때보다 저자와의 만남이 많습니다. 『광신』의 역자를 만났고, 『철도의 눈물』그리고 곧 발간될 『뚱뚱해서 죄송합니까?』(근간 소개에 실렸습니다)의 북콘서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 통신을 읽는 분들이 책 이야기하기에 더욱 많이 함께해 주길 바라며,『광신』북토크 현장 스케치로 이번 달 통신을 엽니다.
 

 

새로 나온 책

철도의 눈물 광신


박흥수 저
244쪽 / 2013년 10월 14일
13,000원


알베르토 토스카노 저
454쪽 / 2013년 10월 21일
22,000원

의료 접근성


로라 J. 프로스트, 마이클 R. 라이히 저
384쪽 / 2013년 10월 21일
20,000원

 

책이야기



『광신』북토크 현장 스케치


지난 8일 후마니타스 책다방에서 『광신』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미국 유학 와중에 잠시 한국을 찾은 이 책의 역자 문강형준 님과 문학평론가 복도훈 님께서 함께 해주었습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철학자 토스카노의 광신론부터 결국 이 광신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한국에 적용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까지 오가는 자리였습니다.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각자 안고 돌아가야 했지만, '광'이라는 말 자체를 생각하게 됐다거나 절박한 심정으로 이 책을 통해 답을 구하고 싶다던 독자들의 말처럼 이 책이 “도전을 던지는, 질문을 주는 책”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대담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걸 건드려서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책 말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열띤 논쟁와 정치적 상상력이 풍부해지길 바라며, 『광신』을 읽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문강형준 님의 초반 강연을 옮깁니다.


안녕하세요 문강형준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 부근에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한겨레』에 실린 칼럼과 너무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무슨 학부 때 찍은 사진을 올려놨냐 그러시던데, 2011년에 찍은 사진이거든요. 살이 많이 쪄서 좀 달라졌죠. (웃음) 제가 이런 자리에 선 게 처음이라 되게 많이 떨려요. 제가 떨면 머릿속에 있던 게 생각이 안 나서 많이 버벅거릴 수도 있는데 이해해주시고요.

제가 지금 유학하는 곳이 미국의 밀워키라는 곳인데 2010년도에 밀워키의 한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처음 발견했어요. 당시 복도훈 선생님의 초청으로 계간지에 ‘파국의 지형학’을 연재하고 있을 땐데 그때 제 머릿속에는 파국과 묵시록의 주제를 어떻게 펼쳐내야 하는 가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걸 박사논문 주제로 삼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계속 리서치를 하던 차에 토스카노를 알게 됐고, 우연히 본 이 책의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재밌어서 바로 번역하기로 마음을 먹었고요. 서평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걸 출판사에서 보시고 출판 제안을 해주셨어요. 처음 낼 때부터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제목도 워낙 무시무시하니까. 제가 전에 쓴 책이 『파국의 지형학』이고 이번에 번역한 게 『광신』, 그다음 번역돼 나올 책의 제목이 『유토피아에서 파국으로』예요. 제가 의도한 건 아닌데 계속 암울하고 무시무시한 주제를 하게 되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을 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대중적으로 인기도 많은데, 절망스럽고 다 끝나서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파국에 관한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여기 오신 분들은 좀 특이한 분들이 아니신가 하고 생각해요.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이 많으니까 제가 이 책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드릴게요.

『광신』이 쓰이게 된 배경
원래 이 광신이라는 말은  파눔(fanum)이라는 로마어에서 유래됐다고 해요. 로마 시대에 로마군들이 아시아에 있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벨로나라는 여신을 데리고 왔어요. 로마시대는 신들을 다양하게 섬기는 문화가 평화롭게 공존했는데 벨로나 여신을 숭배하는 제의의 풍경이 당시 로마시대 사람들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었다는 거죠. 미친 사람처럼 자기 몸을 자해하면서도 신을 숭배하는 기쁨에 뜰 떠 있는 미친 사람들 같은 모습을 보면서 로마 사람들이 그 신도들을 파나티치(fanatici)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이 광신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듯이 광신도 무리라고 할 때 환기되는 종교적인 이미지, 차분하거나 합리적으로 묵상하는 게 아니라 아주 미쳐서 날뛰는 그래서 정상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처음부터 로마시대 이후로 이런 정상인들과는 다른 광신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일컫는 부정적인 언어로 광신이라는 말이  쓰였고 토스카노에 따르면 서양 역사에 걸쳐 아직까지도 그런 의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토스카노가 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는 언제나 부정적인 함의만 갖고 쓰였는데 그 속에서 우리가 뭔가를 찾아낼 수 없을까예요. 토스카노가 말하듯이 이 책은 아주 체계적인 광신의 시대적인 역사, 그 개념이 어떻게 변천해왔는지 사전적이고 역사적인 책을 쓰려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개인적인 의도를 가지고 광신이라는 개념을 파헤쳤던 것 같아요. 그 의도가 뭐냐, 결론에 해당되는 말인데 그걸 먼저 말씀드리면, 토스카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2010년에 무렵에 『이기적인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가 낸 책 중에 『만들어진 신』이 출간돼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들은 과학의 합리성의 시대에 아직도 신을 믿는 게 얼마나 허무맹랑한가 하는 식의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거기에 대중들이 많이 호응하고 자기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하는 자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고요. 미국에 가면 곳곳에 옛날 교회들이 남아있는데 거기에 가는 사람은 노인들밖에 없고 젊은 사람은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나는 무신론자라고 하는 것이 되게 쿨한 스타일이 된 거예요. 그리고 도킨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이데올로기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를 되게 많이 하고 한국에서도 많이 듣잖아요. “아직도 좌파 우파냐, 아직도 진보 보수냐, 우리는 그걸 초월해야 한다.” 그런데 그 초월을 어떻게 하느냐. “합리적인 사고와 소통과 대화와 합의와 타협을 통해서 조금씩 나아가는 게 우리 시대 조류가 되어야지 아직도 이데올로기니 이념이니 하는 것은 매우 낡았다”는 게 지배적인 것 같아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토스카노는 그런 상황을 목격하고 마르크즈주의자이자 좌파로서 이 상황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생각해낸 게 파나티시즘(fanatisicm)을 다시 끌어내보자는 것이었죠. 그게 책을 쓰게 된 의도가 된 겁니다.

토스카노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그리고 이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민주주의적인 제도는 되게 문제가 많다는 거예요.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산다고 하지만 그 민주주의가 뭔지 가만히 따져보면,  할 일 하면서 살다가 4, 5년에 한 번 투표장에 나가서 소중한 내 한 표를 행사하는 것, 이것이 혁명이라고 광고하잖아요. 선거 혁명이라고 말하고.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출근하고 평소대로 살고 또 4, 5년 후에 선거하러 가는 게 전부잖아요. 그런 식의 민주주의를 토스카노는 화석화된, 저는 이걸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낡아빠져서 화석이 돼버린 제도만 남은 민주주의라고 보는 거고. 토스카노는 바디우의 번역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러니까 그는 바디우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거예요. 바디우 역시 비슷한 말을 하잖아요.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의회 자본주의다. 의회라는 제도에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일종의 직업정치인으로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대의자이기 때문에 그들이 모든 걸 처리하고 국민들은 가끔씩 여론조사를 할 때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게 전부인.'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데모 같은 게 남아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토스카노, 바디우가 보는 서구는 그런 식의 제도화되고 화석화된 관리된 민주주의가 정착됐고 그것 외에 다른 어떤 대안도 없다는 거예요. 토스카노 같은 사람은 그런 현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뭔가를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는데 오늘날의 좌파를 보니까 그런 것들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품었고 그런 점에서 다시 파나티시즘, 즉 미친 믿음이라는 개념을 끌어다가 서양의 역사·철학에서 이 개념이 당시 시대의 일반인이나 지식인, 철학자들에게 어떻게 이용·활용되고 어떤 식으로 변질되었는지, 그래서 오늘날처럼 안정된 제도의 전복을 꾀하려는 어떤 시도도 미친 사람처럼 보게 만드는 우리들의 의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파헤치려는 책이에요.

1장에 소개된 노예 폐지론자 ‘존 브라운’
책이 6장까지 구성돼 있는데 순차적인 연대기적인 구성을 취하진 않아요. 1장에는  "극단의 형상들"이라고 해서 19세기, 20세기가 주로 이야기돼요. 그 중에서도 특히 재밌는 게, 노예제도. 노예제도가 19세기 미국에 있었잖아요. 그때 이 노예제도를 폐지하자고 하는 운동이 크게 일었어요. 그 노예 폐지론자들 중에 존 브라운이라는 유명한 사람들이 있어요. 존 브라운은 백인이고 전혀 흑인 노예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았어요. 부자도 아니라서 노예 소유주도 아니었고. 이 사람이 어떤 계기로 “노예제도는 참 부당하다. 어떻게 인간이 다른 인간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노예처럼 부리고 짐승처럼 다룰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 “아,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한 거예요. “잘못됐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없애야 한다.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행동하자.” 이렇게 해서 행동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살던 아마 버지니아인가 제 기억으론 남부였던 것 같은데 그곳에서 자기 아들들과 뜻을 같이하는 몇 명을 같이 모아서 군대 물품을 조달하는 창고를 습격한 거예요. 왜냐하면 노예제도를 용인하고 있는 건 국가니까. 노예 한두 명을 풀어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국가를 타격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계획을 열심히 짜서 한밤중에 타격을 했는데 다 잡히죠. 바로 군대가 출동해서 다 죽고 존 브라운과 그의 아들과 또 한 명 정도만 생포돼서 재판을 받게 돼요. 재판정에서도 존 브라운은 전혀 굽힘이 없이 노예제도가 왜 악한가를 설명하고 이 국가가 얼마나 야만적인가를 연설하고 교수형에 처해서 자기 아들과 같이 죽죠. 바로 며칠 만에 그렇게 죽죠.

여러분들이 지금 그때 미국 백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랬을 때 존 브라운의 행동이 어떻게 보이겠어요.  ‘지금 박근혜 정부가 정말 문제가 많다, 내가 인정할 수가 없고 대체 어떻게 대통령으로서 이런 일들을 지휘하거나 허가하거나 혹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을 수 있느냐, 새누리당은 뭐냐, 이건 나쁜 것이다. 나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없애자.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새누리당 당사로 들어가자. 국회의사당에 차를 몰고 들어가자.’ 존 브라운의 행동이라는 게 이런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제가 90년대 학번인데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그때는 신한국당 당사 점거하는 게 일이었잖아요. 거기 들어가서 농성하고. 그전에도 70년대, 김영삼 총재가 신민당 당수였을 때 방직공장의 미싱공들이 신민당사 점거하고 그런 것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사를 보면 그런 일이 최근까지 많이 있었는데, 지금 2013년 현재 우리가 거기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건 좀 미친 것 같다’ 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존 브라운이 그런 사람이었던 거죠. 그리고 당연히 그 당시에 미국의 여러 학자들이나 지식인들만 해도 존 브라운에게 동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 반면 이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존 브라운의 행동을 아주 광신적인 행위로 이야기해요. 토스카노는 그런 논의를 소개하면서 핵심이 뭐냐, 존 브라운의 행동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거예요. 이성적이지 않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신념 하나로 돌진해가는 비타협적이고 완고한 사람. 그런 시대착오적인 행동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노예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더 신랄하게 비판할 거고요. 이게 얼마나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데 합리적으로 중요한 제도인가 하는 것을 이성적으로 논증하는 거죠. 그러면서 존 브라운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요. 하지만 하워드 진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존 브라운의 행동들을 기억하려고 시도했고, 그래서 여전히 기억되는 거죠. 우리가 알고 있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존 브라운 등 되게 급진적이고 광신적인 행동이나 주장을 한 노예 폐지론자로 인해서 당시에 합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이 결국은 노예제도 폐지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거죠. 문제가 있다는 것에 설득당한 거죠. 그 사람들의 광신적인 행위로 인해서. 그래서 토스카노는 존 브라운과 같은 광신적인 사람이 없었다면 당시의 자유주의자들은 절대 노예제 폐지를 내걸지 않았으리라고 말하는 거예요. 우리는 링컨이 노예해방을 시켰다면서 그를 위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합리적인 결정에 사실은 이런 급진적이고 미친 것 같은 사람들의 행동들이 영향을 끼쳤고, 그것이 아니었다면 노예해방은 절대 가능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광신』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바로가기



문강형준 님이 미국에서 선물로 사온 인형입니다 :) 좌 데리다, 우 니체. 




근간 소개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 예뻐지느라 아픈 시대, 그녀들의 이야기
민우회 지음 (11월 말 출간 예정)

“사춘기 시절, 나는 뚱뚱하고 우울한 소녀였다. …… 나는 혼자였고 외롭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놀림을 당하는 실존을 가졌다. 그것이 내 문학의 시작이었다.” _허수경, 『길모퉁이의 중국 식당』

“고도비만의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에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다. 엄마와 어느 고층 아파트에 사는 친척집을 갔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다가 중간에 멈추고 어떤 아저씨가 탔다. 그러자 만원을 알리는 경고음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엄마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엄마가 뭐가 죄송해, 우리가 먼저 탄 건데!’ ‘내가 뚱뚱해서 그래…….’    그녀는 어린 마음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녀의 어머니는 가난의 원인이나 결과가 자신의 몸 때문이라 생각했다. 사실 그런 면도 없지 않았다. 요리사였던 어머니는 몇 년에 한 번씩 직장을 바꿔야 했는데, 면접만 보면 항상 울고 들어왔다. 면접 때마다 대놓고 그렇게 몸이 뚱뚱해서 요리는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엄마는 ‘정말 잘할 수 있습니다.’ 하고 빌어야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뚱뚱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고 겪으며 자랐다. 대학을 다니며 여성학 강의도 듣고, 엄마의 그런 모습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살 빼라, 예뻐져야 한다는 엄마의 주기도문에 그녀는 전신 성형으로 보답했다. 한편으로는 엄마를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2명의 여성들이 털어놓은 자기혐오와 자기만족, 타인의 시선과 관계, 고통과 분열, 세상의 온갖 말들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가혹한 세상 속에서도 지지 않는 그녀들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몸을 미워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가 잊고 있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모두 깨닫고 있는 '다르니까 아름답다'는 진실을 본인에게 선물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_서문 중에서


『노동자의 근대 만들기』(가제)
: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노동운동사
남화숙 지음
남관숙・남화숙 옮김 (12월 초 출간 예정)


이 책은, 미국 워싱턴 대학 남화숙 교수가 2009년『Building Ships, Building a Nation: Korea's Democratic Unionism under Park Chung Hee』라는 영문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을 한글로 번역해 발간하는 책이다. 2011년 미국 아시아학회가 주최한 <제임스 팔레 한국학 도서상>을 수상했다. 수상 이유를 “기존 연구에서 침묵당하던 계층과 시대에 목소리와 에이전시를 부여하는 이 책은 한국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바꾸게 한다”며 이 책의 의미를 소개했다.

1960년대 대한조선공사(현재 한진중공업)의 노동운동 사례를 분석한 이 책은 철저한 리서치와 창의적인 분석이 돋보이는 저작으로, 한국의 경제발전,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흐름, 그리고 식민지 시기 역사와 해방 후 역사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가정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 책은 박정희 시기(1961~79년) 동안 조공 조선소에서 투쟁적인 노조가 일어났다가 쇠망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로 남성인 조선소 중공업 노동자들의 인식과 태도 및 그들의 담론에 초점을 맞추어, 그 투쟁성의 역사적이고 사회・정치적인 원천을 분석한다. 사실 이 책의 밑그림이 된 주제는 노동운동의 젠더 문제, 특히 1987년 노동자 항쟁을 기점으로 민주 노동운동의 주도권이 여성 노동자에서 중공업 남성 노동자로 넘어가면서 여성 주도 노동운동의 위상과 역할이 빠르게 쇠퇴해 갔던 그 동학을 이해해 보는 것이었다. 기존 연구들처럼 여성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새로운 시각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필자는 해방 이후 정치경제 변화의 흐름 속에 남성 노동자가 구축해 온 위치와 주체 의식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대비시켜 여성 노동운동사를 조명해 한국 노동운동의 젠더 동학을 파악한다는 2단계 구상을 짰다. 오랜 역사를 가진 조선산업 사업장(대한조선공사)의 노조 자료를 만났기에 가능했던 이 연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낳았고, 젠더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1950년대로, 해방 직후기로, 다시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역사적 유산의 문제를 탐구하고 박정희 시대의 정치를 아래로부터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문제로 서술의 초점이 모아졌다.

“이 책에 담긴,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자체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집필 과정에서도 언제나 필자를 다시 책상머리에 돌아가 앉게 만든 건 대한조선공사(현재 한진중공업) 노조 사무실의 캐비닛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서류 뭉치들 속에서 필자가 마주했던 1960년대 조선소 노동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삶의 이야기, 동시대의 문제와 치열하게 대결하면서 약자인 비정규 임시공들을 끌어안는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우울함과는 거리가 먼 진취적인 노동운동을 꾸려간 우리 부모 세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이 책에 담긴 것은 사료들을 섭렵해 찾아낸 조각 기억들을 모아 필자 나름대로 풀어낸 1960년대 산업 건설, 민족국가 건설, 그리고 노동 현장의 이야기다. 오랜 세월 잊혀 온 조공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한국어판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말을 걸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옛날 조공 노동자들이 그랬듯이 지금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도 여전히 노사 관계의 핵심 쟁점들을 부여잡고,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새로운 운동 양식과 운동 주체 형성을 모색하는 싸움의 한복판에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전하는 옛날이야기가 오늘 어떤 기억이 되어 자리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_한국어판 서문에서


 

결산보고(표)

당월 매출은 7,950만 원입니다. 이 중 도서매출은 약 7,550만 원, 외주제작은 4백만 원입니다. 전월 매출 4,400여만 원 대비 80퍼센트 이상 증가했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월 매출 목표 8천 300만 원에 거의 근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구간 몇 종이 교재로 읽히고 있고, 이달 출간된 신간도 반응이 괜찮았던 듯합니다. 특히 바우만의 대표 도서, 『모두스 비벤디』의 주문이 늘었습니다.
총부채를 보면, 변동비(도서제작비)가 전월 대비 8백여만 원 증가했지만, 미지급된 저작권료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남은 두 달, 주목할 만한 책들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결산보고

 

미디어 서평


“이론과 현실이 행복하게 만난 책. 생생한 현장 경험과 공부를 통한 이론을 접목한 글쓰기.
강력하게 권합니다.”
“세심히 운전하듯, 사안에 대해 찬찬히 설명하면서도 진심을 담는 솜씨가 뛰어나다. 사실관계를 살린 간명한 글쓰기를 하고 싶은 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철도는 속성상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죠. 종로에서 인천으로 가려면 1호선을 타야 하고, 과천을 가려면 4호선을 타야 해요. 경쟁 도입은 노선 나눠먹기일 뿐이에요. 그리고 지하철 9호선처럼 새로운 노선을 독점적으로 취득한 민간자본은 요금 인상으로 수익을 올리려 합니다.” “아름다운 노선은 코레일 적자 감수 때문” 박흥수 기관사 책 내 (경향/10-17)

그는 왜 ‘펜’을 들게 됐을까. IMF 경제 위기 직후 철도와 철도 노동자가 비효율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주장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쩌다 철도가 이런 신세가 된 것일까, 철도 운전석에 앉는 틈틈이 철도와 철도 정책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철도노조 정책연구팀에서 각종 자료를 모으며 씨름했다.‘비효율의 주범’된 철도… 민영화가 대안일까 (국민일보/10-17)

기관사의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이유 (한겨레/10-20)
짙게 드리운 '민자 · 민영화'의 그늘 (부산일보/10-21)
‘효율’이란 가면 쓴 ‘철도 민영화’의 허상 (경기신문/10-21)
[서평]철도, 민영화하면 정말 적자 안 날까? (오마이뉴스/10-29)

“인간에게 아직 힘이 남아 있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켜 낼 입장이 존속하는 한, 광신 없이는 역사도 없을 것이다.” _아르놀트 루게
“반광신이라는 시대정신 속에서 사라지는 더 중요한 것은‘급진적이고 보편적이며 근본적인 정치적 기획’의 가능성 자체”


광신(狂信), ‘미친 믿음’이라는 낙인은 인류 역사에서 소수를 제압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었다.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혹은 종교의 체계를 수호하기 위해 광신자들은 마땅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었다. 광신은 광신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과 “온건함과 사회적 평안을 가장 중요한 정치 행정의 원리로 간주”하며 광신자들을 배척하고 탄압했던 멀쩡한(?) 사람들의 행태와 자취를 더듬는 책이다. 저항에 ‘악마적 광신’ 낙인찍는 세상 (한겨레/10-27)

토스카노가 책을 쓴 목적 의식은 뚜렷하다. 지난 5세기 동안 벌어진 사회 격변이나 혁명, 종교 전쟁이나 제국의 확장 시기 때마다 비타협적인 저항과 반대 운동은 악마화됐다. 그 운동을 주도한 이들에겐 ‘구제불능의 광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토스카노는 ‘악마화된 광신(자)’을 구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파시즘이나 극우주의에서 드러난 광신을 옹호하거나 새롭게 해석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토스카노가 문제 삼는 것은 “관념을 향한 열정을 거부하는 것이 해방과 평등의 정치적 기획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일”이다. ‘광신’ 없는 ‘해방의 정치’는 없을 것 (경향/10-25)

"변혁 위한 급진적 시도를 광신으로 매도 마라" (연합/10-25)
광신의 원인을 바로봐야 그 사회는 전진할 수 있다 (한국일보/10-25)
'광신'의 악마화를 걷어내라 (레디앙/10-26)



“의료 기술의 부재(1세대)나 빈곤(2세대) 문제만이 아니라, 원조 수원국의 현실에 대한 이해와 국제기구·정부·시장·현장의 체계적인 협업에서 해법을 찾고자 하는 제3세대 보건 의료 인력을 위한 필수 지침서”


의료 접근성은 질 좋은 보건 의료 기술의 혜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상품이 개발된 이후 최종 사용자에게 의약품이 전달되기까지 단계마다 다양한 취약점이 존재한다. 취약한 공공 보건 의료 체계, 건강에 대한 정치적 책임성의 부재, 공공 및 민간 보건의료 시설의 부패, 국제무역 및 특허 분쟁, 질병과 치료에 대한 문화적 차이 등이다. 책은 의료 접근성 문제의 큰 원인이 빈곤 내지 부의 불평등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 (연합)

의료 접근성 가로막는 장벽들 (레디앙/10-26)
의료 기술 접근성 가로막는 ‘빈곤’ (내일신문/10-25)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독서



사랑하려면 기차를 타세요 


철도 기관사이자,『철도의 눈물』의 저자이자, 자칭타칭 철도오타쿠인 박흥수 기관사님이 쓴  '철도' 관련 추천 책과 영화입니다. 철도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영상 인터뷰도 함께 보세요. 









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 알려진 동화 『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여유당  

1930년대에 쓰인 이 동화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비록 생명이 다할지라도 다른 세상에서의 삶이 계속될 것이라는 순회론적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1896년에 태어난 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새롭게 등장한 철도를 보면서 자랐을 것입니다. 37년의 삶을 살다간 작가는 기차를 타고 은하계의 별들을 여행하면서 사랑과 믿음, 죽음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생처럼 짧은 동화에 담았습니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고 타지로 나간 아버지의 귀향을 기다리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꼬마 소년 조반니와 그의 같은 반 단짝 친구 캄파넬라가 동행하는 하룻밤의 은하열차 여행은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아련한 가슴을 다독이게 만듭니다.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철도 여행의 역사』, 볼프강 쉬벨부쉬, 궁리 
철도와 관련된 책이 드문 한국의 출판 환경에서, 철도 역사와 문화를 다룬 대표적인 책.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철도의 등장으로 세계가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철도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꼭 읽어 봐야 할 책이고 근대 세계를 이해하는 입문서로도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사랑하려면 기차를 타세요 <비포 선라이즈>
워낙 유명한 영화입니다. 기차 안에서 영화가 시작하고 역에서 끝나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난 뒤부터는 기차를 탈 땐 참한 아가씨 근처에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하는 열차 안, 중년 부부의 싸움을 피해 자리를 옮기면서 눈길을 교환한 두 젊은 남녀가 결국 한자리에 앉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제시는 빈에 도착하자 열차에서 내렸다가 다시 올라타서는 셀린에게 하루 데이트를 청합니다. 결국 함께 빈의 거리를 걸으면서 이들은 여행을 시작하는데요, 인간이 도착해야 할 종착역은 결국 사랑인가 봅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푹 빠져 있다 보면 아침이 되고 이들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인 이별이라는 관문 앞에 다다릅니다.

제가 열차를 운전하다가 가끔씩 보는 젊은 청춘 남녀들의 이별 모습을 보면 빈역 플랫폼,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는 영화 속 두 사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운이 좋게 빈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요, 공식일정을 마치고 한밤중에 홀로 제시와 셀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걸었던 승강장이며 거리들을 돌아다녔습니다. 두 사람이 탔던 트램의 뒷좌석에 앉아 사랑을 생각했습니다.     

올해 초 비포 시리즈 3탄인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됐습니다. 20년이 지나 중년이 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재밌는 건 이 나이 든 커플이 서로 말이 안 통해 싸웠던 1탄의 중년 부부처럼 싸우고 있습니다. 자정이 되기 전에 극적으로 화해는 했지만 서로 다른 주파수가 공명할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아주 짧은 순간 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차는 특유의 주파수를 발산합니다. 어머니의 심장 소리 같은 기차의 바퀴 소리가 서로 다른 사이클을 그리는 두 청춘 남녀의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줄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려면 기차를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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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점은 죽지 않는다③



우정의 커뮤니티 길담서원

(경복궁역 2번 출구)
 
     

목요일 저녁 7시. 길담서원 내 한 공간에서 영어 읽는 소리가 들렸다. 박성준 대표를 비롯한 다섯이 모여 책을 읽고 있었다. 한 명이 소리 내어 읽고 나면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콩글리시'라는 이름의, 영어 원서를 읽는 세미나다. 2008년, 처음 길담서원이 생기고부터 만들어져 6년째 이어지는 공부 모임이라고 했다. 길담서원에는 이런 공부 모임이 열 개 이상 진행되고 있고, 원하는 누구나 기획해 이 공간에서 꾸릴 수 있다. ‘서원’이다. ‘서점’은 길담서원에서 운영하는 하나의 기능이고, 사람을 모으고 함께 책을 읽고 무언가를 함께할 수 있는 서원을 만들고 싶은 게 대표의 바람이라고 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느끼는 길담서원의 매력은 무엇일까. 콩글리시 회원 중 세 명을 인터뷰했다. 

기사가 났었어요. 길담서원이라는 곳이 오픈한다고. 문 연 지 얼마 안 된 8월 15일 광복절에 여길 찾아온 기억이 나요. 제 발로 찾아왔죠. 어떤 곳인지 궁금했고 또 이런 곳을 기다리고 있었고. 길담서원의 매력을 한두 마디로 말할 수 없죠. 무궁무진하죠. 여기서는 음악회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강연도 있고 또 제가 자발적으로 강연도 만들고. 직장을 다니니까 적극적으로는 못하지만 그때그때마다 관심 있는 행사에 참여해요. 콩글리시 외에 경제 공부 모임도 하고 있어요.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우리 아이가 중학생이었어요. 아이 생각을 하다 보니까 청소년 인문학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그때 대표님에게 제안을 했었어요. 그 결과물이 책으로도 나왔어요. (유성희)

어떤 분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 선생님이 소개해줘서 처음 찾게 됐습니다. 주로 음악회를 자주 찾고 있고요, 경제 공부 모임이랑 콩글리시 모임을 오래 해왔죠. 길담서원은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이나 자발적인 모임도 많고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학교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되고 새로운 인연도 만들게 되고(우정의 커뮤니티!) 생각도 넓어지고요. 문화 재단의 역할을 작게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요즘엔 바빠서 자주 못 와 아쉬워요. (김정두)
(김정두 님은 디자이너라고 한다. 그는 길담서원에서 열리는 행사들의 포스터를 무료로 디자인해 주고 있었다. 특히 두메산골의 학교를 찾아가는 음악회의 포스터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남편이 기사를 보고 이런 서점이 생긴다고 하면서 다니더니 저보고도 다녀보라고 하더라고요. 직장엘 다니니 주체적으로 활동은 못하지만 열리는 행사들에 자주 참여해요. 특히 백야제가 재밌어요. 서원이라고 밤을 새워 책을 읽는 행사는 아니고요, 축제예요 축제. 길담서원 생일날 사람들이 모여 같이 밥을 해먹고 밤새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눠요. 좀 있으면 길담서원이 이사를 가는데 기대가 돼요. 이런 서점들이 힘이 좀 커질 수 있도록 저희가 많이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혜심)

회원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박성준 대표가 끼어들었다.

저는 최근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치열한 이 무력을』에 완전 꽂혀 있습니다. 대단한 책입니다. 특히 책을 다루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되는 책이에요. "책이 세상을 바꾼다"는 게 그 사람의 명제인데요, 첫째는 책을 만나라. 다음은 읽어라. 셋째로는 글을 써라. 그다음에는 세상을 바꿔라. 그러니까 만나게 되면 읽게 되고, 진정으로 읽게 되면 쓰게 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쓰게 되면 세상이 바뀐다는 거죠. 나는 그 책을 읽고서, '아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길담이라는 작은 공간이 그렇게 의미 있는 것이었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용기백배해 지금 새로운 장소로 가는 것을 당당하게 자신 있게 밀고 나가고 있어요. 새로운 공간으로의 도약이죠. 달나라로 가는 것보다 더 큰 도약이에요. 이런 큰 도약을 아주 기쁘게, 자신만만하게 추진하고 있어요. 그 힘이 이 책의 독서에서 왔다는 거죠.

12월이면 길담서원은 지금보다 좀 더 큰 공간으로 이사한다. 지금과 같은 통인동에 위치한 곳이다. 남향에 인왕산 자락이 보이고 마당이 있으며 당장 월세 올라갈 걱정이 없는 5년 계약의 공간이라고 한다. 박성준 대표는 옛날의 서원이 그랬던 것처럼 "함께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이야기하는 모임"을 새로운 공간에서 더 활성화하고 싶다고 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상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고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최해선)


사진 : 최해선


길담서원의 공간은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중 하나가 '한뼘미술관'. 달마다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된다. 이번 달은 쌈지 글씨체로도 유명한 이진경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유성희 님이 처음 제안했다는 '청소년 인문학 교실'. 이 공부 모임이 책이라는 결과물로도 이어졌다. (사진 : 최해선)


사진 : 최해선



현재 길담서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들. 자세한 정보는 길담서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길담서원 정보|

찾아가는 길 :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우리은행까지 걸어온 후 바로 뒷골목으로 들어오면 왼편에 보이는 건물 1층
운영 시간 : (월-토) 오전 12시-오후 9시
http://cafe.naver.com/gildam/



알림/이달의 한 컷


『철도의 눈물』북토크
철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철도오타쿠 박흥수 기관사에게 듣는 철도 민영화 이야기. 참석한 분들 중 철도 퀴즈를 맞추시는 분들께는 박흥수 기관사가 추천한 『은하철도의 밤』을 선물로 드립니다. :)
일시 : 11월 13일(수) 저녁 7시 30분
장소 : 후마니타스 책다방

『뚱뚱해서 죄송합니까?』출판 기념 북콘서트
일시 : 11월 27일(수) 저녁 7시 30분
장소 :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지하 2층 소극장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상수역 방향으로 도보 5분 거리)
출연인사 : 시인 김선우(사회), 뮤지션 시와(공연)
주최 : 민우회
















저 멀리 비행운.

-초가을에 떠난 출판사 MT, 석모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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