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우리시대의 논리’ 스무 번째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장애 문제를 다룬 『우리 균도: 느리게 자라는 아이』입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장애인은 등록자만 따져도 250만 명이 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들까지 감안하면 5백만 명을 웃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왜 그들은 이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을까요? 왜 비극적인 기사로만 만나게 될까요? 이 사회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정당한 몫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또 유쾌하게 주장하는 균도 부자를 만나면서 분명 존재하나 보이지 않았던 장애인, 장애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소개글로 3월의 통신을 시작합니다.
“이 책은 장애인 당사자의 불굴의 의지나 부모의 억척스러운 교육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대부분의 장애인, 특히 중증 장애인의 삶에 그런 기적은 없다고 말한다.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장애란 극복할 수 있는 난관이라기보다는 안고 가야 할 삶의 일부이자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도 발달장애인 부모 특유의 문제의식을 담은 이 책의 특징이다. “아름답게 꾸미지 않은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외치며 눈물로 적어 내려간 균도 부자의 웃픈 이야기들은 아름다운 ‘23년간의 육아 일기’가 되었다.” (『우리 균도』 소개글 중에서)
만나는 출판사들마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1, 2월이었습니다.(ㅠ.ㅠ) 하지만 2월 말부터는 교재 수요 덕분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계속 발간되는 좋은 신간들이 있어 3월의 재정 보고는 좀 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번 신학기에 눈에 띄는 책은 『민주주의의 모델들』이었습니다. 정치학, 특히 민주주의에 관한 입문서로 이만큼 좋은 교재도 없으리라고 자부합니다. :) 경제학 전공 교재로 많이 쓰이는 『불평등의 경제학』은 2판을 발간했습니다. 이정우 교수가 지난해 화제였던 피케티 논쟁을 더해 원고를 보충해 주었습니다. 내용의 깊이나 관점에 있어 좋은 교재로 손색 없는 후마니타스의 정치학, 경제학 도서들을 많이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모두들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미디어 서평
“논쟁과 추측은 배제했다. 나는 오로지 팩트로 말하겠다.” (기무라 히데야키)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연스레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관료조직은 이런 사태를 맞을 때 과연 일본만큼이라도 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해 4월 이 정부의 능력을 확인했다. 일본의 총리 관저에 해당하는 청와대에서 처음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우리는 모른다. 이런데도 원전을 고집하겠는가 (한겨레/03-05)
'있을 수 있는 일은 일어난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도 일어난다.' 하타무라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최종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다. 옆집은 기록했고 우리는 번역했다. 후쿠시마 악몽 되풀이 않으려 기록한다 (부산일보/03-06)
책 속 ‘민주주의 이야기’는 옹호나 폄훼, 그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는다. 대신 ‘당연한 인정’이 아닌 ‘이유 있는 규명’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결말은 역시 발전적 대안을 위한 노력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어떤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좋은 것을 보장한다는 주장을 가장 끈덕지게 내세우는 제도이며 그런 주장에 일말의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형성되고 재형성되는 제도이다.” ‘절대적 진리’ 갑옷 벗은 민주주의의 불편한 진실 (서울신문/02-28)
『선거는 민주적인가』 국민들이 개별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정책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와 차이가 많다. 현대 사회에서도 개인적 자율성과 시민적 참여를 중시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자. 마넹은 선거 시점이 아니라 정치 과정 전반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한다.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판결’ 사설 비교해보기 (한겨레, 03-02)
3월 23일 『판문점 체제의 기원』이 곧 출간됩니다
국제관계의 사회 이론을 논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고민하면서 에밀 뒤르켐을 생각하는 학자를 과연 본적이 있는가? 이 책은 세계 냉전의 역사와 한반도의 분단 체제를 진정한 의미에서 이론화하려는 훌륭한 시도이다.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 석좌교수)
참신한 분석과 새로운 시야를 열어 주는 책을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이론과 현실 분석, 국제정치학과 사회학을 함께 아울러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 현실을 설명하는 이 책은 기존의 모든 분석을 빛바랜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 준다. 저자는 1950년 6･25 직후 유엔의 개입에서 1953년 7월 휴전 협정까지의 한반도와 판문점이라는 특정 지역에서의 전쟁, 갈등, 협상 과정을 주로 분석하면서 기존의 냉전 인식론,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평화론과 수많은 국제정치학 분석의 한계를 들추어냄과 동시에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사회적 연대와 평등, 정의의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교수)
『판문점 체제의 기원』은 하나의 지적 경이로 다가온다. 시야의 넓이, 이론의 수준, 문제의식의 깊이는 새롭고 놀랍다. 현실은 인간의 사유와 철학, 이론과 대안의 수준을 넘어서 창조될 수 없다. 사유의 깊이와 문명의 수준은 비례한다. 오늘의 고통스런 한국적 삶은 한국 사회와 한국 문제에 대한 불철저한 사유와 낮은 학문의 산물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냉전과 독재와 이념의 틀에 갇혀 있던 평화의 건설과 구축 문제에서 그러하다. ‘평화의 기원’이라는 발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 책이 도달한 최고 수준의 성취는 전쟁으로 고통 받아온 우리가 오래 기다려온 평화 대안과 평화 경로의 시원과 출발을 가장 보편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 준다. 한국전쟁을 세계와 평화의 관점에서 포착해 낸 한 연구자의 장인적 탁월성을 통해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닫히고 막혀 왔던 지식과 사유의 전환 문턱을 비로소 열어 제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한국전쟁 연구는 사례연구에서 보편 주제로, 한국학에서 세계학으로, 전쟁학에서 평화학으로 상승하고 도약하게 되었다.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
필자의 연구는 한국전쟁과 전쟁의 평화적 종식이 결국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실패로 귀결되는 과정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을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맥락에 확고히 위치지우면서도, 판문점 평화 체제의 계보를 1815년 비엔나 협약 이래 전개된 국제법적 논쟁들과의 깊은 연관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전쟁에 대한 매우 새롭고 고무적인 글로벌한 관점을 제공해 준다. (세바스티안 콘라드Sebastian Conrad, 베를린자유대학교 교수)
“김학재 박사의 『판문점 체제의 기원』은 한국전쟁 연구에 있어 패러다임적 전환을 가져오는 학문적 대사건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오늘날 지난 시대의 냉전적 적대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제도화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노력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해 왔던 이유는 정치적･외교적 실패가 아니라 한국전쟁을 원천으로 하는 남북한 간 적대 관계를 평화의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의 부재에 기인하는 바 크다. 민주화와 탈냉전이라는 환경에 힘입어 나타났던 한국 현대사와 한국전쟁 연구가 민주화 이후 한국 학계에서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은 커다란 아이러니이다. 그 이후 오랫동안 우리는 ‘냉전의 인식론’이라고 부르는 깊은 지적 자폐증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학재 박사는 ‘전쟁의 기원’에 초점을 두면서 한국전쟁 연구에 집중했던 1세대 연구자들의 역할이 사실상 끝난 이후 ‘평화의 기원’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과 더불어 2세대 연구를 여는 개척자로서 우리 앞에 나타났다. 평자가 놀랍게 느끼는 것은, 자료의 새로운 발굴과 그에 대한 해석보다 한국 사회의 척박한 지적 풍토에서 어떻게 문제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이론을 구성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3월부터 사회과학 세미나 시즌1이 시작됐습니다. 20여 명의 독자들이 총 세 팀으로 나뉘어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과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부터 시작합니다. 두 책을 다 읽으면 역자와 만나는 시간을 갖습니다. 매달 통신에 세미나 소식을 전하는 글이 실릴 예정이에요. 첫 순서로 각 팀의 매니저들이 자극이 되는(!)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나는 한때 출판편집자가 되려고 나름대로 조사하고 공부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인문사회과학 출판사 중에서도 후마니타스는 유독 인상 깊었다. 거기서 내는 책들에 대한 첫인상은 대체로 ‘읽기 쉽진 않겠지만 그만큼의 배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혼자 읽으려다 실패했거나 읽으려고 벼르고만 있던 책들을 이제 후마니타스@이음 세미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기 시작했다. 기대 반 걱정 반을 안고 시작했던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세미나 첫 모임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에 즐거웠던 대화의 연속이었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마키아벨리가 살아가던 난세의 피렌체에서 21세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로 튀어 올랐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각자의 감상으로 이어졌다. 이후 이어질 모임을 여는 자리에 걸맞은 자유로운 토론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 모임에서는 드디어 책의 본론으로 들어간다. 나는 우리의 대화가 첫 주차의 즐거움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보다 심도 있는 탐구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2주차 모임을 준비할 것이다. (일요반 매니저 박유하 님)
대학 졸업 이후, 사회과학 관련 서적을 완독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개인 시간을 따로 내는 것도 어렵거니와, 쉽고 편하게 읽기가 어려운 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 전공인 복지를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사회과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정치, 경제, 사회 전반 분야의 배경지식이 넓고 깊을수록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2015년 새로운 마음으로 세미나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3월 7일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책으로 첫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음책방 지기님께서 준비한 따듯한 감잎차와 고구마 간식과 함께, 새롭게 모인 사람들과 인사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정치 분야의 고전이라 그런지 읽는 것 자체가 확실히 힘들었지만, 각자 자신에게 와 닿은 부분과 그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편하게 이야기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회원님들이 각기 다른 전공을 ─ 경영, 경제, 사회, 이공계 분야 ─ 가진 덕분에, 토론의 스펙트럼이 넓어 좋았습니다. 아직은 시작이어서 미정형의 자유로움이 가득한 첫 모임이었습니다. 앞으로 1년간 읽게 될 책들의 난독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토론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와 책들을 소개해 주신 후마니타스 출판사와 이음책방에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토요반 매니저 이지은 님)
이제껏 출판사에서 흔히 개최하는 행사들-북콘서트나 저자강연회-에 회의를 품고 있었다. 참석 후 머리에 남는 거라곤, 책을 펼쳐들게 만드는 ‘나와 사회에 대한 물음’이 아닌, ‘재밌어요~’를 줄곧 외쳐대는 ‘줄거리’뿐인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후마니타스의 세미나 모집 글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첫 세미나 시간을 가졌다. 도서명은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서로의 질문과 생각을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 이야기가 버무려졌다. 나와 사회에 대한 물음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오고가다니, 저자강연회에서는 수신자이기만 했던 내가 이제는 전달자를 겸하고 있었다. 역시 고민은 홀로 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인 경우 더욱 그렇다. 하나의 시각으로는 지도의 전체적 형태를 그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함께하는 고민은 지도를 그려가며 맞닥뜨리는 공백을 새로운 물음으로 이어주고, 이를 다시 새로운 책과 대화로 메워준다. ‘나-책-세계’의 선순환을 자연스레 이끌어주는 것이다. 이번에 참가하게 된 ‘후마니타스 사회과학 세미나’는 생각‘만’ 하던 독자를 고민하게'끔’하는 발신자의 위치로 끌어올려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독자층이 좁은 사회과학서의 장(場)을 출판사에서 먼저 주도해주니 호기심과 든든함이 교차한다. 앞으로의 많은 사람, 그리고 책들과 함께할 세미나가 기대된다. (일요반 매니저 박정원 님)
알림
『우리 균도』 출간 기념회
| 강연 : 이진섭(『우리 균도』의 저자) | 일시 : 3월 18일 수요일 저녁 7시 | 장소 : 인권재단 사람(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0길 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지난 4년간 전국 방방곡곡과 해외를 누비며 부양의무제 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 핵없는 세상을 외쳐온 두 남자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듣는 귀중한 시간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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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연스레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관료조직은 이런 사태를 맞을 때 과연 일본만큼이라도 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해 4월 이 정부의 능력을 확인했다. 일본의 총리 관저에 해당하는 청와대에서 처음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우리는 모른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 또 선택이 옳든 그렇지 않든 그 결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 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