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통신
2015년 11월호

이달의 통신은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의 소개로 시작합니다. 수능이란 게 끝이 아니라 비로소 본격적인 앞날을 준비하고 고민하게 되는 시점일 텐데요, 그 변화의 시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책들입니다. :)
바야흐로 정치의 주체가 될 수험생들에게 정치의 힘과 가능성을 일깨울 『정치의 발견』, ‘비정규직 문제’를 통해 한국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과연 어떤 자세로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비정규 사회』, 마지막으로 독립을 꿈꾸거나 혹은 할 수밖에 없게 된 수험생들에게 선배 세입자들이 전하는 실전 노하우가 담긴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를 추천합니다.






후마니타스 통신 11월호에는,
1. 신간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2. 재정 보고
3. 근간 소개: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
4. 『정치와 비전』의 저자 셸던 월린 타계
5. 미디어 서평 『출산, 그 놀라운 역사』
6. 행사 알림
6. 이달의 한 컷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정치의 발견[개정3판]


한국여성민우회 지음
208쪽 / 2015년 11월 09일
13,000원


박상훈 저
220쪽 / 2015년 11월 02일
12,000원

 

▲ 여지껏 세입자만을 위한 맞춤형 ‘집 구하기’ 책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요, 이제야 나왔습니다! 표지를 보니 어릴 적 미술 시간에 했던 방 꾸미기가 생각나네요. 일러스트는 성지현 님이 맡아 주었습니다. 표지 디자인은 일상의 실천.


▲ 이 책은 반지하와 옥탑을 전전하여 살아온 떠돌이 세입자들의 셋방살이 이야기와 그들이 전해 주는 실전용 노하우를 함께 엮어 구성했습니다.


▲ 이 책을 쓴 한국여성민우회. 후마니타스 출판사와는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이후 두 번째 작업이에요.

▲ 세입자들의 ‘웃픈’ 셋방살이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세입자 생활을 새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위로받고 새로운 지혜를 얻었습니다.



▲ 이제 본격 집(보다 정확히는 방) 구하기 실전편. 집 구할 땐 이 책 하나로 거의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으로 부록도 꼼꼼하게 만들었답니다.

보다 자세한 소개 및 구매는 알라딘 / 예스24 / 교보 / 인터파크

지난 12일 서울여성플라자의 성평등 도서관에서 『내·살·집』 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몇몇 풍경을 공유합니다. 북 토크를 위해 다양한 패널을 모셨는데요, 이 책을 기획한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와 책 속의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정’, 청년의 주거 살태를 조사하고 상담한 경험을 나눠주기 위해 민달팽이 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 그리고 세입자들이 처한 사회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아파트 게임』의 박해천 교수가 함께했습니다. 투스토리의 축하 공연도 있었답니다. 떠돌이 세입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 ‘구주견문가’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결산보고(표)


10월의 도서 매출은 지난달에 비해 1천만 원가량 올랐습니다. 가을 학기 교재 판매와 신간 『비정규 사회』의 초판이 빠르게 소진된 덕분입니다. 이제 빨리 3쇄를 찍어야 할 텐데요!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기쁜 때는 신간이 2쇄...가 아닌 3쇄를 그것도 빨리 찍게 되는 경우이고, 가장 슬픈 일은 2쇄를 찍자마자 판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입니다...ㅠㅠ 지난 달에는 서형 작가의 『법과 싸우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구간이었습니다. 서형 작가님의 인터뷰 덕분인지 평소보다 많이 판매되었습니다. 이제 겨울이라니 벌써 한 해가 끝나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아직 후마니타스에서 나올 훌륭한 신간들이 많습니다. 꾸준히 관심 부탁드립니다.

 

근간 『달리는 철도에서 본 세계』


박흥수 지음
2015년 12월 초 출간 예정


근대는 철도를 타고 꽃피웠다. 기차의 도착과 출발의 시각을 표준화하기 위해 표준시가 정해졌고, 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을 살았던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아 기차를 타기 시작했으며, 대량 인쇄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신문・잡지・책이 빠르고 폭넓게 보급되었고, 전쟁 물자를 빠르게 실어 날랐고, 아메리카 횡단 철도가 건설되면서 인디언이 절멸되었으며, 이토 히로부미가 부산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지금의 서울에 도착, 고종을 만나 이른바 ‘을사조약’을 강제함으로써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다.

“1905년 11월 8일 이른 아침, 이토 히로부미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초량역 정거장에서 자신을 태우고 갈 열차를 바라보았다. 초량역 승강장에는 대한제국 황실이 특별히 준비한 궁정 열차가 경성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환송을 나온 일본 영사관 관리들과 재조선 일본인 거류민 대표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악수를 나눈 이토는 귀빈용 객차에 몸을 실었다. 이토는 초량으로부터 끝없이 이어진 철길을 보면서 조선을 일본의 쇠밧줄로 옭아맨 이상 대한제국이라는 나라는 일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으리라 확신했을 것이다.”(본문 中)

이 책은 ‘기차 타고 떠나는 세계사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근대의 엔진이라는 철도를 통해,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던 역사적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는데, 그동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사건들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이고 또 연결되는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정치와 비전』의 저자 셸던 월린 타계

민주주의, 권력, 국가 사이의 교차점에 대해 탐구해 온 미국의 정치 이론가 셸던 월린이 10월 21일 수요일 타계했다. 향년 93세이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에서 가장 독창적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이론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한나 피트킨(『대표 개념』Concept of Representation, 홍철기 옮김, 후마니타스, 2016 근간), 웬디 브라운(『관용』, 이승철 옮김, 갈무리), 코리 로빈(『보수주의자들은 왜?』, 천태화 옮김, 모요사)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코리 로빈이 추도사에서 언급했듯이, 정치 이론에서 나타나는 지속과 혁신의 전통에 대한 월린의 비전은 그의 제자들에서 또 그 제자들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1922년생인 셸던 월린은 오벌린Oberlin 대학교를 졸업한 후 제2차 세계대전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1950년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보수주의와 헌정주의: 1760~1785년 기간의 영국 헌정 사상에 대한 연구”Conservatism and Constitutionalism: A Study in English Constitutional Ideas, 1760~1785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를 받은 후 잠시 오벌린 대학교에서 강의하다가 1954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 대학교의 정치학과에서 강의했다. 버클리 대학교에서 월린은 존 샤John Schaar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술 활동을 했으며, 두 사람 모두 1960년대 버클리 대학의 학생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970년 월린은 학내 분규로 말미암아 버클리 대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는 잠시 캘리포니아주립 산타 크루즈Santa Cruz 대학교에서 강의하다가, 1973년에 프린스턴 대학교 정치학과로 옮겨 1987년 은퇴할 때까지 그곳에 머물면서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강의했다. 그는 버클리 대학교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많은 제자를 키웠다. 프린스턴 대학교 재직 중에는 프린스턴 대학교 재단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 차별을 지원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촉구하는 교수들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월린은 버클리, 프린스턴, 오벌린, 산타 크루즈 대학교 외에도 코넬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 바 있다. 은퇴한 후 그는 프린스턴 대학교의 명예교수로 있으며, 캘리포니아에 주로 머물고 있다.

월린은 존 샤, 노먼 제이콥슨Norman Jacobson 등과 함께 미국 정치사상학계에서 이른바 ‘버클리학파’를 창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학파는 정치의 사상화 또는 이론화 작업에서 독특하고 영향력 있는 스타일을 발전시켜 왔는데, 미국 정치사상학계에서 그 스타일은 월린이 버클리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키운 많은 뛰어난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그러나 옮긴이가 판단하건대, 버클리학파는 월린이 버클리 대학교에서 프린스턴 대학교로 떠나면서 시간적 또는 공간적 응집력을 상실하는 바람에, 시카고 대학교를 거점으로 한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학파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결집하지 못하고, 월린의 사상적 입장에 동조하는 학자와 제자들의 느슨한 집단으로 남게 된 것 같다. 이런 사실은 월린의 지기였던 샤 역시 버클리 대학교를 떠나 은퇴할 때까지 산타 크루즈 대학교에 남게 된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버클리 대학교 시절 월린의 수제자이면서 샤와 결혼했던 한나 피트킨Hanna F. Pitkin은 계속 버클리 대학교에 적을 두고 제자들을 양성했다. 한편 보수주의적 사상가인 스트라우스는 줄곧 시카고 대학교에 머무르면서 여러 동료와 함께 제자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함으로써 자신의 학파를 미국 정치사상학계의 최대 학파로 자리 잡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월린, 스트라우스와 거의 동시대에 활약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아무런 학파를 형성하지 않았음에도 사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옮긴이의 이런 해석이 타당하지 않을 법도 하다.

1980년대에 월린은 신보수주의 정책을 기조로 하는 레이건 행정부의 출범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당시의 미국 정치를 비판하고자 매우 학술적이기도 한 시사논평지 『민주주의』Democracy를 학문적 동료들과 함께 창간했다. 그러나 (전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정치적 압력으로 재정난에 봉착하면서 잡지는 단명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의 독자들이 월린의 학문적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되게끔 1960년대에 버클리 대학에서 월린에게 배웠던 (현재 아리조나 대학교의 교수인) 테렌스 볼Terence Ball의 회고담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월린]는 학자이자 정치사상가였다. (반쯤은) 초연한 관찰자이자 동시에 참여적인 비판가였다. (내가 1960년대 말에 버클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와 함께 공부할 행운을 누렸던 이들에게 그는 우리를 분발시키면서도 겸허하게 만드는 전범과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베버가 말한 것처럼 정치사상이 소명이며, 그것도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소명이라고 가르침으로써 우리를 분발시켰지만, 동시에 우리 중에 거의 대부분은 이 과제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미국에서 서구 정치사상사에 관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치와 비전』에서 월린의 기획은 정치사상과 정치사상사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독특하게 제시한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이라는 관점에서 철학‧정치‧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관찰되는 새로운 현상과 경향들을 재사유하고 비판한다. 이 책의 출간과 함께 월린은 일약 세계적인 학문적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 외에도 그는 1950년대 행태주의 혁명과 함께 미국 정치학계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된 실증주의적 정치학을 비판하는 논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정치사상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온 시카고 대학의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적 입장을 비판하는 논문 등을 집필하면서, 정치사상 분야에 많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관련 기사 “무기력한 조화 아닌 불협화음” 민주주의 핵심 꿰뚫다 (한국일보)





 

기사 모아 보기


[관련 기사]출산 관련 서적 번역한 다섯 엄마가 말하는 출산, 그 놀라운 현실 (레이디경향 11월호)

“이전에는 병원에서 지시하거나 권유하는 것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나와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불필요한 검사라고 생각되면 “이 검사는 꼭 해야 하나요?”라고 묻기도 하고,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는 검사는 모두 보건소에서 받았다. 무통에도 동의하지 않았더니 나를 약간 의아하게 보더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보다 능동적이 됐다는 점이다.”

“우리도 이 책을 읽고 번역하면서 그동안 경험한 출산 과정을 다시 보게 됐다. 과거에는 애도 많이 낳고, 여러 과정에서 잃는 아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많아야 하나둘을 낳는다. 그렇다 보니 출산은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모두를 짓누르는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제왕절개를 하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니 의사 말 잘 따라서 자연 분만을 해야지, 모유 수유도 해야지 그리고 애한테 최선을 다해야지, 하고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한 완벽한 출산을 바라기에, 그렇지 않게 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순종적이 됐던 것 같다.”

“책 후기에도 썼지만 최면 출산으로 유명한 메리 몽간이 “출산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출산을 어떻게 하는가 역시 바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제 우리 차례가 아닌가 싶다.”

행사 소식 / 이달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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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부터 3주간 대학로 벙커1에서 후마니타스 사회과학 연속특강이 열렸습니다. 그중 하나가 불평등이 주제였고, 이 강좌는 불평등 문제에 관한 국내 최고의 학자인 이정우 교수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직접 와 주셨답니다. 저도 직접 뵙는 건 처음이라 마중을 나갈 때까지 꽤 긴장이 됐습니다. 여느 때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고 다들 무척 몰입해서 들으시더군요. 그러다 강의의 마지막에 빵 웃음이 터졌습니다. 자료의 마지막 페이지로 뜬 “경청 감사”. 아- 너무 귀여우신 모습이지요. 후마니타스 통신 독자 여러분, 구독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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